[이주의 어린이 책] 아이야! 문 열면 사랑의 세상이 보인단다

[이주의 어린이 책] 아이야! 문 열면 사랑의 세상이 보인단다

정서린 기자
정서린 기자
입력 2017-03-24 17:32
수정 2017-03-24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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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이지현 지음/이야기꽃/48쪽/1만 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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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심 가득한 눈초리, 무심함으로 뭉친 무표정, 서로가 서로를 향해 던지는 불신의 눈빛…. 생기도 온기도 찾아볼 수 없는 무채색 세상은 바로 저 바깥, 우리가 걷는 거리와 같다.

한껏 경직된 몸과 표정으로 어른들의 눈치를 보며 나아가는 소년이 있다. 소년의 손엔 열쇠 하나가 들렸고, 벌레 한 마리가 앞서며 소년을 재촉할 뿐이다.

소년이 당도한 곳은 낯선 문 앞. 거미줄이 가득한 낡고 닳은 문 앞에서 소년의 얼굴에 망설임이 맴돈다. 하지만 문을 여니 이전에 보지 못했던 색채와 형태가 한가득 소년을 반긴다.

문 밖 세상에는 문 안 세상과 다른 언어, 행동, 태도가 펼쳐진다. 함께 부딪치고선 소년이 괜찮은지 살피는 배려의 말이 있다. 소년의 배고픔을 눈치채고 팔을 덥석 잡아끄는 손길이 있다. 서로 다른 언어가 오가도 전혀 소통에 지장이 없는 교감과 믿음이 있다. 같은 종족이 아니어도 평생을 약속하고 담뿍 축하를 건네는 차별 없는 시각과 사랑이 있다. 제각기 다르고 낯선 문을 스스럼없이 들어서고 인사를 건네는 열린 마음이 있다.

문장 하나 없이 그림으로만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책은 ‘다르다’를 ‘아니다’로 규정하려는 어른들의 세계를 정색하고 부정하는 대신 영리한 길을 택했다. 재치 있는 형상과 다정한 색채가 일렁이는 상상의 세계와 다채로운 문을 펼쳐 놓음으로써 ‘문 밖의 세계로 나가 보라’고 손을 내민다. 첫 그림책 ‘수영장’으로 미국일러스트레이터협회에서 2015년 최고의 그림책상을 수상한 이지현 작가의 신작이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2017-03-25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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