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어린이 책] 악어·오랑우탄 지나 드디어 할머니 품에

[이주의 어린이 책] 악어·오랑우탄 지나 드디어 할머니 품에

조희선 기자
조희선 기자
입력 2018-06-01 20:30
수정 2018-06-01 2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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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기차/한아름 지음/창비/44쪽/1만 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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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3시 무렵 기차역 승강장. 빨간 티셔츠를 입은 한 아이가 2호차에 올라탄다. 곰돌이 가방을 꼭 움켜쥔 채 앉아 있는 소년 앞에 나타난 늑대 차장은 승차권을 보더니 오른쪽을 가리킨다. 아무래도 아이가 잘못 앉은 모양이다.

홀로 떠나는 여행에 잔뜩 긴장한 아이는 다른 객차로 향하는 문을 조심스럽게 연다. 소년을 반기는 건 금목걸이에 금팔찌를 찬 덩치 큰 오랑우탄. 무서워서 황급히 다음 객차로 넘어왔지만 산 넘어 산이다. 악어가 헤어치는 늪을 지나니 커다란 상어가 기다리는 물속이다. 잠수복을 입은 낯선 사람까지 아이의 뒤를 쫓는다.

걸음을 재촉하던 아이는 끝내 주저앉아 손으로 얼굴을 감싼다. 소년을 잡아 삼킬 듯 따라오던 악어와 상어, 오랑우탄, 잠수부, 생쥐는 왜인지 소년을 그냥 지나쳐 버린다. 12호차에 다다라서야 안도하는 소년. 떠나온 지 4시간을 넘긴 오후 7시 20분쯤. 드디어 소년의 험난했던 여행은 끝이 났다. 그토록 보고 싶었던 할머니를 마주하니 웃음이 절로 번진다.

신예 작가 한아름이 지은 첫 창작 그림책 ‘이상한 기차’는 부모님 없이 혼자 여행을 떠난 아이가 느낀 복잡한 감정을 풀어냈다. 2호차에서 12호차까지 자신의 자리를 찾아 달리는 동안 아이는 극도의 불안감을 마주했을 터다. 엄마나 아빠에게 투정을 부리지도 못한 채 낯선 사람들을 피하는 동안 얼마나 당황스러웠을지. 그래도 기나긴 모험 끝에 마주한 시골의 아름다운 풍경과 할머니의 얼굴을 본 순간은 짜릿했을지도 모른다.

작가는 아이의 다채로운 심리 변화를 글 없이 그림만으로 구현해 냈다. 바람에 흔낱리는 커튼, 창문 밖으로 펼쳐지는 풍경의 변화, 등장 인물들의 역동적인 동작은 기차 안 긴박한 상황을 생생하게 전한다.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2018-06-02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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