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스스한 머리·맨발의 과학자, 자유로운 일상이 빚어낸 천재성

부스스한 머리·맨발의 과학자, 자유로운 일상이 빚어낸 천재성

김성호 기자
입력 2019-02-21 17:32
수정 2019-02-21 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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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인슈타인은 왜 양말을 신지 않았을까/크리스티안 안코비치 지음/이기숙 옮김/문학동네/384쪽/1만 5500원

‘정신은 신체 없이도 훌륭하게 유지되며 자신과 세계에 대해 혼자 사유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 프랑스 철학자 르네 데카르트의 이 주장은 오랫동안 사람들의 인식을 지배했다. ‘나는 생각한다. 그러므로 존재한다’는 명제의 바탕이기도 하다. 하지만 ‘정신은 신체가 없어도 가능하다’는 ‘뇌 중심적 자아상’은 거의 퇴색했다. 거꾸로 ‘건강한 정신은 건강한 육체에 깃든다’는 식의 주장이 더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 책도 뇌가 몸과 사고를 지배한다는 뇌 우위설(說)을 각종 실험과 문헌을 들어 조목조목 뒤집는다. ‘천재 중의 천재’라는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이 대표적인 전복의 사례다. 아인슈타인 사후 학계는 빼어난 천재성과 창의력을 규명하기 위해 그의 뇌를 세밀히 연구해 왔다. 하지만 놀랍게도 지금까지 발견된 특별한 구석은 없다. 오히려 평범한 남자의 뇌보다 145g 정도 가벼웠다. 저자는 몸과 일상생활 중심의 아인슈타인을 파고든다. 아무렇게나 입는 옷과 항상 에부수수한 머리, 그리고 거의 신지 않는 양말…. 아인슈타인의 천재성은 특별한 뇌가 아니라 관습과 틀에 매이지 않는 자유로움에서 찾아진다는 것이다.

‘아인슈타인의 양말’이 아니더라도 몸 자세와 환경이 정신을 좌우함은 여러 실험을 통해 굳어진 사실이다. 오른손을 오므려 주먹을 쥐거나 잠깐 산책하면 새로운 것을 더 쉽게 배우고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줄 때 손짓, 몸짓을 분명하게 해주면 말을 더 빨리 배운다. 천장이 높은 공간에서 일하면 더 창의적인 사고가 가능하며 따뜻한 음료가 든 찻잔을 들고 대화를 나누면 서로의 호감도가 금방 올라간다.

‘사소하지 않은 행동들의 결코 사소하지 않은 힘’이라는 책의 부제 그대로 창의력, 사고력을 포함한 모든 감정과 기분은 머리와 마음이 아니라 몸의 문제다. 과대평가된 머리와 과소평가된 몸을 파헤친 저자는 선승의 화두 같은 말을 던진다. “모든 것은 모든 것과 연관을 맺고 있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2019-02-22 3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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