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은 듯 뜬 듯한 눈이 어딜 향하는 걸까. 머나먼 사바세계일까, 아니면 복을 빌러 온 중생들일까. 경주 남산 칠불암 가운데 가장 앞에 선 마애불 표정이 참으로 묘하다.
장명확 사진가의 ‘돌·부처를 만나다’는 전국의 마애불상군 14곳을 촬영한 사진집이다. 작가는 10여년 전 마애불을 보고 “금도 가고 마모돼 사진으로서 가치가 없다”고 했다가, 선배에게서 “천년 이상 시간을 견디며 숱한 사람들의 간절한 염원을 빌던 대상인데 왜 아무런 감응이 없느냐”는 말을 들은 뒤로 10년 이상 마애불을 찾아다니며 사진을 찍었다.
작가는 불상군마다 적게는 세 번, 많게는 열댓 번 이상을 찾았다. 불상이 가장 잘 드러나는 시간, 촬영에 좋은 각도를 찾아서다. 그렇게 담아낸 마애불은 웅장하거나 굉장하다는 느낌보다 오히려 담백하고 정갈한 느낌을 준다.
풍화작용으로 코가 베이고, 마모로 뜯겨나간 불상의 얼굴이 그저 온화하다. 돌에 새겨진 채 1000년 넘게 그 자리에 서 있던 불상은 앞으로도 천년 이상 그 자리를 지킬 듯하다. 작가는 “한 장의 사진을 완성했다고 말하기엔 여전히 두려움이 앞선다”고 머리말에 밝힌다. 그 마음이 마치 절벽의 화강암을 쪼아내 부처를 만든 석공의 마음을 닮았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2019-09-27 3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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