웍과 칼/퓨샤 던롭 지음/윤영수·박경환 옮김/글항아리/552쪽/3만 2000원
중국 요리는 최초의 세계적인 요리였다. 중국 노동자들이 해외로 이주해 정착하기 시작하면서 세계 각국에 중국 식당들이 생겨났다. 중국 음식은 이제 세계에서 가장 사랑받는 음식이 됐지만 가장 실체가 덜 알려진 요리이기도 하다. 한 세기 넘게 단순화된 형태의 광둥식 요리가 널리 퍼지면서 중국 음식의 풍부함과 섬세함을 거의 경험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저자는 중국 전역을 돌아다니며 만난 식재료 생산자, 요리사, 미식가, 가정 요리사들을 통해 중국 음식 문화의 역사 및 철학과 조리법을 깊이 있게 탐구한다. 책은 마파두부에서 동파육, 도삭면에서 유자 속껍질 찜까지 고유한 중국 미식의 세계로 안내한다.
모든 식문화는 진화하지만 중국 음식의 적응력은 경이로운 수준이다. 한국인의 입맛을 사로잡은 짜장면은 분명 중국 요리인데 중국 본토에서는 산둥과 베이징 일대를 제외하면 그다지 알려지지 않았고, 우리나라에 들어온 지는 겨우 한 세기 남짓이다.
하지만 산둥의 조리법을 우리 입맛에 맞춰 여러 차례 과감하게 개량했고, 요식업이 화교들의 유일한 생계 수단이 되면서 전국에 퍼져 나갔다. 짜장면은 가격 통제 품목으로 분류될 정도로 서민 음식의 대명사가 됐으며 중국집이 배달 문화의 선봉에 서면서 접근성을 비약적으로 높였다. 요즘은 마라탕이 그 자리를 넘보고 있다.
중국 내 중국 요리도 매우 다양하다. 땅덩이가 크다 보니 지역에 따라 기후와 토양이 천차만별이고 이질적인 문화 간의 접촉이 유난히 많았기 때문이다. 한나라 시대에는 중앙아시아로부터 맷돌을 들여와 국수와 면 요리가 탄생했고, 서역과의 교류가 절정을 이뤘던 당나라의 코즈모폴리턴 문화 덕분에 중국의 대도시마다 무슬림 식당이 자리잡게 됐다.
중국 요리는 불교·도교·유교와 이슬람 문화의 영향을 받았으며 서로 다른 문화가 접촉하고 갈등하고 포용하면서 탄생했다. 저자는 “중원의 중국인들이 북방에서 먹는 유제품은 받아들이지 않았지만, 우유를 치즈로 만드는 과정을 따라서 맷돌에 간 콩물을 굳혀 두부를 탄생시켰을 것”이라고 말한다.
이와 함께 책은 칼로 잘게 썰어 찌거나 볶는 기본 조리법의 형성, 북방은 밀이고 남방은 쌀이라는 경계선, 다섯 가지 맛을 화려하게 조합하는 조미의 식문화 등 중국 요리를 관통하는 특징들을 체계적으로 고증한다. 저자는 “남북 문화가 융합했던 13세기 송나라 대가 중국 음식 문화의 전성기”라면서 “중국 요리는 일상적인 음식의 조화를 통해 건강을 다스린다는 뿌리 깊은 사상을 담고 있다”고 강조한다.
2025-10-24 23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