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를 위해 기도해 주세요.” 일반인들의 간청이 아니다. 방한 기간 낮은 행보를 했던 곳곳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이 건넨 말이다. 교황은 지난 15일 대전으로 내려가는 KTX에서 승무원이 사인 요청을 하며 내민 책에 그렇게 적었다. 그 이튿날 충북 음성 꽃동네에서 뇌성마비를 앓는 오요한씨의 카드를 받으면서도 그렇게 말했다. ‘높은 곳의 내가 낮은 곳의 당신을 위해 기도해 주겠다’가 아니라 ‘당신도 나를 위해 기도해 줄 수 있다’는 겸손과 용기의 메시지였다. 가톨릭 최고 수장은 그렇게 가장 낮은 곳에 권위를 내려놓은 채 우리와 같은 보폭으로 걷고 같은 눈높이에서 세상과 소통했다. 교황이 머물다 간 시간은 짧았지만 그 울림은 컸고 향기는 깊었다. 교황의 4박 5일간 어록으로 그가 우리에게 주고 간 메시지를 되짚었다.
정리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2014-08-19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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