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따라…맛따라… 봄나들이 여행지 9곳
요즘 맛집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예전엔 사람의 온기 드물었던 대도시 주변의 허름한 골목에까지 식객들이 불원천리 찾아가는 형국이다. 한국관광공사가 봄 관광주간을 맞아 걷고, 먹고, 즐기기 좋은 ‘5월에 가볼 만한 곳’을 선정했다. ‘길따라, 맛따라’ 만나는 도시의 맛집들이 테마다.
점봉산산채식당
설악산에 봄이 당도할 무렵, 밥상 위에도 산 내음이 가득 찬다. 학사평 콩꽃마을 일대의 80여 개 식당에선 매일 순두부를 만들어 여행객을 맞는다. 학사평 순두부는 바닷물을 간수로 사용한다. 짭조름하면서도 고소한 맛이 일품이다. ‘점봉산산채식당’ 등 곰취와 석잠풀, 맥문동 뿌리, 헛개나무 열매 등 산야초로 건강한 식탁을 차리는 집도 있다. 속초관광수산시장 내 순대골목에는 차진 순대가, 건어물 상가에는 황태 등 건어물이 즐비하다. 닭전골목의 닭강정도 맛있다.
설악산자생식물원은 설악산에 자생하는 꽃과 나무로 조성한 곳이다. 갯배를 타고 아바이마을도 구경한다. 속초등대전망대, 영금정 등이 어우러진 동명항에서 봄 바다를 느끼고, 척산온천에서 여행의 피로를 푼다.

흑마늘닭강정
단양은 마늘로 유명한 고장이다. 석회암 지대의 비옥한 토양과 일교차가 큰 기후 덕에 튼실한 육쪽마늘이 난다. 단양 곳곳에 마늘을 이용한 약선 음식과 한정식, 떡갈비 등을 내는 집들이 많다. 단양구경시장에서는 마늘순대, 마늘만두, 흑마늘닭강정 등을 맛볼 수 있다.
단양은 깨끗한 자연만큼이나 풍경도 아름답다. 양방산에서 보는 단양 읍내와 주변 산수는 한 폭의 그림이다. 양방산 활공장에서의 패러글라이딩 체험도 색다른 재미를 안겨준다. 도담삼봉과 사인암 등의 단양팔경, 민물고기 수족관인 다누리아쿠아리움도 빼놓을 수 없는 명소다.

올갱이국
옥천은 흙길과 물길이 어우러진 고장이다. 금강 따라 수려한 산책로가 이어지며, 그 강에서 건져 올린 ‘올갱이’(다슬기)가 봄의 향취를 더한다. 옥천의 옛 번화가인 구읍에서 시작해 장계국민관광지를 거쳐 금강 변을 아우르는 여정은 호젓한 봄날 가족 나들이 코스로 제격이다.
시 ‘향수’를 쓴 정지용의 생가가 있는 구읍은 상점 간판조차 시구로 단장했다. 골목길만 유유자적 걸어도 시심이 솟구친다. 장계국민관광지는 시와 예술, 호수, 산책이 어우러진 가족 쉼터다. 올갱이 요리는 옥천 여행의 덤이다. 식당들이 금강에서 직접 잡은 올갱이를 식탁에 내는데, 올갱이국과 무침의 담백한 맛이 일품이다.

바래봉
5월 말 ‘남원 춘향제’가 광한루원과 요천 춘향테마파크 등에서 열린다. 주무대인 광한루원은 우리나라 정원의 진수다. 광한루, 오작교, 영주각, 방장정 등이 호수 속에 자리 잡고 있는데, 버드나무 고목이 물에 비쳐 신록을 실감케 한다. 지리산허브밸리와 이어진 바래봉은 봄날의 향취를 느끼기에 맞춤하다. 산을 뒤덮은 연분홍 철쭉은 전국에서 손꼽힌다. 지리산 들꽃을 만날 수 있는 지리산허브밸리도 봄의 향기로 여행자를 부른다. 남원은 추어탕이 유명한 곳. 바래봉이 있는 운봉읍은 지리산 흑돼지가 별미다. ‘지리산고원흑돈’ 등의 식당들에서 해발 400~600m 고랭지에서 기른 버크셔 순종 흑돼지를 낸다.

송정 떡갈비
이른바 ‘광주오미’의 하나로 꼽히는 송정 떡갈비는 봄철 나들이를 즐기며 맛보기 좋은 별미다. 소고기와 돼지고기를 네모나게 빚어 굽고, 채소에 싸 먹는데, 뼛국이 곁들여지는 게 특징이다. 육회가 푸짐한 육회비빔밥도 맛있다. 무등산 자락엔 보리밥거리도 조성돼 있다.
무등산옛길은 역사와 문화를 배우며 산책하듯 걷기 좋다. 서양식 옛 건축물과 전통 한옥이 어우러진 양림동도 빼놓으면 아쉽다. 옛 전남도청 건물을 중심으로 건립 중인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은 필수 코스다. 광주시청 측에서 5월부터 문화해설사가 동행하는 건축물 투어도 기획하고 있다.

갯장어샤부샤부
여수의 5월은 장어와 서대회 덕에 한결 풍성해진다. 붕장어를 이용한 장어탕과 장어구이, 여름 보양식으로 유명한 경도의 갯장어샤부샤부도 이때부터 맛볼 수 있다. 서대는 5∼6월에 가장 많이 잡힌다. 여기에 간장게장 한 접시면 밥 한 공기가 뚝딱이다. 해 질 무렵 등장해 새벽까지 불을 밝히는 여수교동시장 풍물거리의 포장마차도 여행의 낭만을 선물한다. 요즘 여수에서 가장 ‘핫’한 아이템은 바다를 횡단하는 여수해상케이블카다. 국내 최대 단층 목조건물인 여수 진남관(국보 304호), 오동도, 고소동 천사벽화골목, 여수수산시장 등도 꼭 찾아봐야 할 곳들이다.

닭똥집
잊힌 것들 사이에서 새롭게 가치를 발견하는 예가 간혹 있다. 대구 불로동 고분군이 그렇다. 삼국시대 토착 세력의 분묘로 추정되는 고분은 210여 기다. 1500여 년 전에 조성된 고분 사이로 시대를 넘나드는 오솔길이 나있다. 길이 완만해 아이 손잡고 거닐기 좋다.
고분군을 지나 단산지에 이르는 구간은 대구올레 팔공산 6코스 ‘단산지 가는 길’이다. 옻골마을에선 서당 체험, 전통 가마 타기 등을 체험할 수 있다. 고택 숙박 등이 가능하다. 은은한 조명이 빛나는 아양기찻길은 폐철교를 관광지로 탈바꿈시킨 공간이다. 여행의 마무리는 평화시장 ‘닭똥집’ 골목이 제격이다. 고소하고 쫄깃한 튀김 ‘똥집’ 등 다양한 닭모래집 요리들을 맛볼 수 있다.

물회
뱃사람들이 즐겨 먹던 물회는 포항의 대표 음식이다. 굵직한 전복에 고소한 참기름으로 맛을 낸 전복죽과 죽도시장 칼제비도 포항의 또 다른 맛을 느끼게 해준다. 1971년 문을 연 구룡포 제일국수공장에서는 아직도 해풍에 국수를 말리는 진풍경을 볼 수 있다. 구룡포 토속 음식인 모리국수도 별미다. 근대문화역사거리의 일본식 찻집에서 마시는 차 한잔이 여행의 낭만을 더한다.
포항은 봄을 만끽할 수 있는 여행지가 풍성한 지역이다. 계곡 따라 트레킹을 즐길 수 있는 내연산계곡, 봄꽃이 앞다퉈 피는 기청산식물원, 영일대해수욕장, 죽도시장, 운치 가득한 포항운하 등 볼거리가 가득하다.

벚꽃빵
벚꽃이 진 5월, 경남 창원 진해구는 가려졌던 구도심의 다양한 매력을 드러낸다. 중원로터리(진해8거리)에 자리한 진해군항마을역사관은 진해 근대 여행의 시작점이다. 여덟 개 도로를 따라 오랜 세월을 간직한 공간들이 자리한다. 속천항의 창원국동크루즈, 진해내수면환경생태공원도 함께 돌아보면 좋은 볼거리다.
먹거리도 다양하다. 역사관에서 만나는 ‘경화당제과’의 진해콩과자, 커피 한잔하며 음악과 그림을 즐길 수 있는 ‘흑백’, 구 진해해군통제부 병원장 사택(등록문화재 제193호)에 자리한 ‘선학곰탕’ 등이다. 현재의 진해를 대표하는 ‘진해제과’ 벚꽃빵까지 더해지면 온 가족을 만족시키는 여행지가 된다.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사진 한국관광공사 제공
2015-05-02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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