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들어!

손들어!

입력 2010-10-03 00:00
수정 2010-10-03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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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입 온 지 한 달쯤 됐을 때의 이야기다. 여러 가지 임무에 대해 배우며, 군 생활에 적응해가고 있었다.

그중에서도 경계근무는 특히 중요해서 수차례 근무 요령에 대한 교육을 받았다.

드디어 며칠 후, 첫 경계근무 투입 날. 첫 근무를 어떻게 수행하느냐가 군 생활을 결정한다는 생각에 잔뜩 긴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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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수하’를 열심히 연습했는데, 수하란 피아 식별이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적과 아군을 구별하기 위해 아군끼리 정한 약속이다. 계속 속으로 되뇌었다. ‘손들어! 움직이면 쏜다….’

한 시간쯤 지났을까? 드디어 전방에 신원을 알 수 없는 거수자가 출연했다. 지근거리까지 유도한 후에 너무나 근엄하고 자신감 있는 목소리로 이렇게 외쳤다.

“손들어. 움직이면서 쏜다!”

그렇게 사고를 쳐버린 것이다. 그 자리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빵 터졌는데, 유독 한 사람, 사수였던 고참만 정색을 하고 있었다.

막사로 복귀한 나는 ‘잠 못 이루는 밤(?)’을 찐하게 보내야 했고, 이등병 생활 내내 웃음거리가 되었다. 심지어 우리 부대 경계근무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는 평까지 받았다. 그 기억이 바로 엊그제 일같이 생생한데, 벌써 전역이 20일도 남지 않은 말년병장이 되어버렸다.

양원회(대구 북구 태전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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