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최일옥씨, 고희동 평전 출간
우리나라 첫 번째 서양화가로 알려진 춘곡(春谷) 고희동(1886~1965) 50주기를 맞아 그의 외손녀인 소설가 최일옥(69)씨가 평전을 냈다.’살아서는 고전, 죽어서는 역사’는 고희동과 관련된 논문, 신문과 잡지 기사 등을 토대로 그의 삶을 한데 엮은 책이다. 지난 17일 서울 종로구 고희동 가옥 인근에서 만난 최씨는 “외할아버지 평전을 내고 나니 이제야 짐을 던 것 같아 마음이 홀가분하다”고 말했다.
고희동은 프랑스어를 배우던 중 서양화를 접하게 됐고 일본 도쿄미술학교 양화과에 지원했다. 책에는 고희동의 유학시절, 간송(澗松) 전형필(1906~1962)과의 만남, 동료 미술인들과 함께 참여한 서화협회 창설, 서화협회전 개최, 서화협회보 발간 등이 소개됐다.
1949년 민간친선사절단 일원으로 미국을 방문한 여행기로 잡지 ‘신천지’에 ‘미주별견기’(美洲瞥見記)라는 제목으로 연재한 내용을 이해하기 쉽게 풀어쓴 글도 실렸다.
최씨는 “평전은 대상 인물과의 객관성 유지가 중요한 만큼 혹시라도 과장되지 않도록 자료를 엮는데 신경을 썼다”고 강조했다.
책 서두에 실린 한국화가이자 시인인 홍용선 씨의 소갯글에는 고희동에 대한 세간의 긍정적, 부정적 평가가 함께 읽힌다.
고희동은 ‘대한민국 미술전람회’(국전) 심사위원 및 초대작가로 활동했고 대한민국예술원장, 민주당 참의원 등을 지냈다.
최씨는 “저는 온 힘을 다해 평전을 엮었으니 책에 대한 평가는 내 몫이 아닌 것 같다”면서 “최초의 서양화가로서뿐만 아니라 미술행정가로서 그 시대에 우리나라 미술계 조직을 만드는 등 시대를 앞서갔다는 점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최씨는 자신이 대학 1학년 때 별세한 외할아버지가 “야단을 칠 땐 엄격하고 논리적으로 지적을 하셨지만 곧바로 따뜻하게 풀어주는 큰 어른이었다”고 회고했다.
책 뒷부분에는 고희동이 젓가락질을 잘하지 못하는 유년시절의 최씨를 불러 붓 두 자루를 쥐여주고 젓가락질을 가르쳐줬던 저자의 추억도 실렸다.
내셔널트러스트 문화유산기금의 김홍남 상임이사가 고희동 가옥의 역사와 복원을 주제로 쓴 글도 함께 읽을 수 있다.
등록문화재 제84호인 고희동 가옥은 일본 유학을 마치고 돌아온 고희동이 1918년 직접 설계한 한옥으로, 2000년대 초반 가옥이 헐릴 위기에 처했을 때 시민단체에서 보전운동을 펼쳤다.
2008년 종로구에서 매입한 뒤 2011년 복원 보수공사를 마쳐 다음해 일반에 개방됐다.
대학에서 미학을 전공한 최씨는 “춘곡을 더욱 깊이 있게 연구하는 후학이 많아져 그를 올바로 평가하는 논문과 글들이 많아지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크로바. 335쪽. 2만원.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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