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선 도전하는 미 버지니아주 김선엽 하원의원 세계한인정치인포럼에 참석

미 버지니아주 하원에서 3선의 관록을 쌓은 마크 김(한국명 김선엽·사진, 49) 의원의 말이다. 21일부터 서울 코리아나호텔에서 열리고 있는 제4회 세계한인정치인포럼에 참석한 그는 22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통일이 전 세계에 어떤 경제적 이득을 주는가를 중점적으로 알려 각국의 지지를 끌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 이슬람 무장단체인 IS(이슬람국가) 활동, 시리아 내전 사태 등의 여파가 미주와 유럽에서 테러 등의 위협으로 나타나자 중동 평화를 위해 초국가적으로 협력하고 있습니다. 통일이 미·일·중·러 등 주변 당사국의 문제로만 인식되는 한 세계인의 관심을 받기 어렵습니다.”
김 의원은 “북핵 문제 등 부정적인 부분을 강조하면 각국의 협력을 받는 데 도움이 안 된다”면서 “우선 통일이 되면 세계 10대 무역 강국인 한국에 8천만 명의 거대 시장도 생긴다는 점, IT 등 첨단 분야 선두주자인 한국이 통일로 인재가 늘어나 더 많은 비즈니스를 창출하게 된다는 점 등을 부각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는 2007년 보고서에서 2050년 통일 한국의 1인당 GDP가 8만 1천 달러로 독일 등을 앞질러 미국에 이은 세계 2위의 부국으로 등극한다고 발표한 것처럼 통일의 경제적 시너지 효과는 엄청나게 클 것이기에 설득이 쉽다고 덧붙였다.
그는 최근 미국이 위안화 평가절하로 주식 급락을 겪으면서 더는 중국의 미래를 낙관하지 않게 돼 새로운 경제 파트너로서 한국을 중시하는 점도 통일에 긍정적으로 작용한다고 밝혔다.
미주 한인사회가 통일에 어떤 역할을 할 수 있겠느냐는 질문에 그는 “그에 답하기 전에 우선 통일을 바라보는 인식이 하나로 뭉치지 않는 한 주류 사회의 동의를 구하기 어렵다”며 정파를 초월한 협력을 당부했다.
“주류 정치인들은 ‘한인을 만나면 통일에 대해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한다’고 제게 털어놓곤 합니다. 우리가 뭉치기 전에는 그들은 절대로 관심을 안 보입니다. 유대인들이 이스라엘을 바라보는 인식이 늘 하나인 것처럼 우리도 단결해야 합니다.”
김 의원은 지난해 버지니아주 공립학교 교과서에 동해와 일본해를 같이 표기하는 동해 병기법 제정을 이뤄낸 사례를 소개하며 “투표권이 미국을 변화시키고 한반도 통일에도 관심을 두게 만드는 힘이며, 유권자의 정치 참여가 훌륭한 선전 무기”라고 역설했다.
“동해 병기는 청소년이 올바른 교과서로 세상을 배우도록 하자는 취지였는데 일본은 법 제정을 막기 위해 전방위 로비를 펼쳤습니다. 미국과의 교역 규모를 보면 일본은 3∼4위권이고 한국은 10위입니다. 버지니아주만 따지면 한국의 순위는 더 아래입니다. 경제 파트너로서의 지위를 고려했다면 동해 병기법은 통과될 수 없는 일이었죠. 그런데 버지니아주에 한인은 6만여 명이 사는데 일본계는 1만 명도 안 됩니다. 정치인은 결국 표를 선택한 겁니다.”
민주당 소속인 그는 2009년 하원의원에 당선된 이래로 매번 선거를 치를 때마다 지지율이 오르고 있다. 지난 선거에서는 65%대 35%라는 압도적 표차로 승리했고 상대편인 공화당은 11월 초에 열리는 이번 선거에서 아예 후보를 내지 않았다. 덕분에 단독 후보로 나선 김 의원은 선거에서 승리를 낙관하고 있다.
그는 “최근 10년 사이에 한인 차세대의 정치 입문이 많아졌고 선출직 정치인도 비약적으로 늘었다”며 미국에서 한인사회의 정치력은 앞으로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릴 것으로 예견했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이민 1세대 한인 부모는 자녀가 공부를 잘해서 변호사·의사 등 전문직에 종사하기를 바라는 게 보통이었습니다. 그때는 한인 정치가가 거의 없어 ‘정치는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생각해 권하지도 않았지요. 이제는 정치인·공무원 등 사회에 봉사하는 분야로 진출하는 것을 환영할 정도로 인식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포럼에 처음 참석한 그는 각국에서 활약하는 정치가들과 교류하게 된 것을 가장 큰 소득으로 꼽았다. 소수민족의 정치인이라는 특성상 ‘주류 사회 공헌’과 ‘한인 위상 강화’라는 두 가지 목표를 세울 수밖에 없다는 공통점이 있기에 서로 반기고 격려를 주고받고 있다고 소개했다.
연방의회에 도전할 생각이 없느냐는 질문에 그는 “한인뿐만 아니라 여러 소수민족의 열악한 상황을 대변해 당당한 사회 구성원이 되도록 돕겠다는 뜻으로 정치에 입문했고 그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면서 “봉사에 자리를 따지지 않지만 어느 자리에 서더라도 문제가 없도록 준비는 하고 있다”고 담담히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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