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2세 초등 검정고시 합격자 “인생을 시로 표현하고파”

92세 초등 검정고시 합격자 “인생을 시로 표현하고파”

민경석 기자
민경석 기자
입력 2025-05-11 15:52
수정 2025-05-11 15:52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이미지 확대
부산시교육청의 2025년도 제1회 초중고 학력 검정고시 최고령 합격자인 박경자(92) 할머니. 본인 제공
부산시교육청의 2025년도 제1회 초중고 학력 검정고시 최고령 합격자인 박경자(92) 할머니. 본인 제공


“일만 하면서 살다가, 느지막이 인생을 시로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80대 후반에 한글을 배운 할머니가 아흔을 넘은 나이에 초등학교 학력 검정고시에 합격했다. 남편과 아들 둘을 먼저 하늘나라로 보내고 남은 자녀들을 길러온 굴곡진 인생을 시로 표현하고 싶은 마음이 공부를 시작한 계기였다고 한다.

2025년도 제1회 초중고 학력 검정고시 최고령 합격자인 박경자(92) 할머니는 11일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87살부터 한글을 배우기 시작했고 독학으로 공부해 초등학교 검정고시를 준비해서 두 번째 도전 만에 합격했다”며 “별것도 아닌 데 관심을 가져줘서 쑥스럽다”고 말했다.

박 할머니의 인생은 다사다난했다. 경남 김해에서 태어난 그는 11살 무렵 아버지를 따라 전남 신안군 흑산도로 삶의 터전을 옮겼다. 이후 44세까지 해녀로 일했고, 그 사이 배를 타던 남편과 7남매를 낳아 가정을 꾸렸다.

하지만, 50대 중반 접어들어서는 큰 아픔을 겪게 된다. 남편과 두 아들이 세상을 떠나면서다. 박 할머니는 “부산으로 이사를 오고 나서 56세에 남편이 떠나고 두 아들도 하늘나라로 먼저 보낸 뒤 남은 자녀들을 키우며 안 해 본 일없이 정말 힘들게 살았다”고 회고했다.

그러면서 “가슴 아프게 살다가 글을 배워야겠다는 생각에 시작한 공부가 정말 재미있었고, 지금은 그냥 일기 쓰듯이 자유롭게 인생을 시로 표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함께 사는 막내딸의 응원으로 박 할머니는 공부를 계속 이어갈 계획이다. 그는 “중학교 진학도 생각했는데, 학교로 가려면 버스를 두 번이나 갈아타야해서 어려울 것 같다”며 “그래도 공부는 계속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당신은 하루에 SNS와 OTT에 얼마나 시간을 소비하는가
우리 국민의 평균 수면 시간이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처음으로 줄었다. 잠을 이루지 못하는 사람의 비율도 크게 늘었다. 반면 유튜브와 넷플릭스 등의 이용자가 늘면서 미디어 이용 시간은 급증했다. 결국 SNS와 OTT를 때문에 평균수면시간도 줄었다는 분석이다. 당신은 하루에 SNS와 OTT에 얼마나 시간을 소비하는가?
1시간 미만
1시간~2시간
2시간 이상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