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술국치 조약체결 100주년] 망국의 치욕 감내했던 흥복헌… 슬픈 역사만 오롯이

[경술국치 조약체결 100주년] 망국의 치욕 감내했던 흥복헌… 슬픈 역사만 오롯이

입력 2010-08-21 00:00
수정 2010-08-21 00:00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2010년 8월 흥복헌은…

2010년 8월20일, 여름의 한복판. 창덕궁의 하늘은 한없이 파랬다. 대조전(大造殿) 흥복헌은 말 그대로 구중심처, 깊숙하기만 했다. 돈화문으로 들어선 뒤 몇 개의 문을 지나 선정전, 희정당을 거치며 목덜미에 흐르는 땀을 줄곧 훔쳐내고서야 대조전 흥복헌에 이를 수 있다. 왕비가 거처했던 공간인 대조전은 연못과 정자, 넓은 숲 등이 아름답게 갖춰진 후원 바로 앞쪽에 있다. 흥복헌은 대조전 왼쪽에 있는 작은 방. 그러나 100년 전 망국의 치욕을 묵묵히 감내했던 이곳은 그때의 흥복헌이 아니다. 1917년 큰 화재로 불탄 뒤 1920년 중건된 곳이다.

이미지 확대
이완용이 통감 데라우치와 ‘일한병합조약’을 체결한 서울 남산 기슭의 통감관저 터. 강제 병합 뒤 36년 동안 총독관저로 쓰였지만 현재 벤치 몇 개가 놓여진 인적 드문 잔디밭 공원으로 바뀌었다.  이종원 선임기자 jongwon@seoul.co.kr
이완용이 통감 데라우치와 ‘일한병합조약’을 체결한 서울 남산 기슭의 통감관저 터. 강제 병합 뒤 36년 동안 총독관저로 쓰였지만 현재 벤치 몇 개가 놓여진 인적 드문 잔디밭 공원으로 바뀌었다.
이종원 선임기자 jongwon@seoul.co.kr
흥복헌의 문은 굳게 닫혀 안을 들여다볼 수 없다. 그저 창덕궁 직원 임동수씨의 몇몇 설명에 고개를 끄덕거릴 수밖에 없다. 1910년 8월22일 조선의 마지막 어전회의가 열리던 날 병풍 뒤쪽에 앉아 있던 순정효황후가 강제 합병을 슬퍼하며 국새를 치마 속에 감췄다는 이야기, 1910년 그날 이후 1917년 불이 나기 전까지 왕실의 이발소로 사용했다는 이야기, 1926년 4월26일 순종이 이곳에서 숨을 거뒀다는 이야기 등을 심상히 듣기에는 100년 전의 슬픈 역사도, 무더운 날씨도, 내밀했을 이 공간도 모두 심상하지 않다.

그날 오후 4시에 채 못 미쳤을 시간, 어전회의를 박차고 나섰을 이완용의 걸음을 좇았다. ‘일한합방조약’에 대한 전권 위임장을 손에 쥐고서 농상공부대신 조중응과 함께 마차에 오른 이완용은 한시라도 바삐 ‘기쁜 소식’을 전하고픈 마음에 마부를 재촉했다. 통감인 데라우치 마사타케(寺內正毅)가 있는 관저까지는 4~5㎞ 되는 거리이니 내처 달리면 20분 남짓이면 도착했을 것이다. 오후 4시께 도착해서 불과 1시간 만에 일본에 나라를 넘기는 형식적 절차를 마친 뒤 서로 얼굴을 마주보며 흐뭇하게 미소지었을 것이다.

이미지 확대
100년 전 국치의 현장이었던 서울 창덕궁 대조전 흥복헌을 찾은 아이가 부모의 설명을 듣고 있다.
100년 전 국치의 현장이었던 서울 창덕궁 대조전 흥복헌을 찾은 아이가 부모의 설명을 듣고 있다.
지금은 서울 예장동 2의1번지, 서울유스호스텔이 들어선 곳 어귀 즈음 오른쪽에 벤치 네다섯 개가 덜렁 놓여있는 작은 잔디밭 공원이 있다. 통감 관저가 있었던 곳이다. 기념할 만한 어떤 표지도 없다. 도로의 가장 외진 곳에 있어 사람들의 발걸음이 뜸한 곳이다.

그저 옛날 사진 속과 마찬가지로 진입로 왼쪽 편에 어른 세 명이 팔을 둘러도 닿지 않을 만큼 굵직한 은행나무 한 그루만 여전히 남아 일제강점기 조선 백성들의 수탈과 핍박의 총지휘관이 살았던 곳임을 짐작케 할 뿐이다. 은행나무 옆을 자세히 살펴보면 큰 돌로 된 벤치 같은 것이 놓여 있다. 통감부 설치 이전, 일제 강점의 기초작업을 한 공을 기려 1936년 세워진 일본공사 하야시 곤스케(林權助)의 동상 좌대 판석이다. 다행히 서울시는 오는 10월 이곳에 연혁과 함께 한·일 강제병합조약 체결 등 역사적 사실에 대한 문안 등을 담아 ‘녹천정 터’라는 표지석을 설치할 예정이다. 기억하지 않으면 치욕의 역사는 또다시 반복될 것이라는 계언을 새삼 떠올리게 하는 장소다.

김영철 서울시의원, ‘서울디지털동행플라자 강동센터’ 현장 점검

서울시의회 주택공간위원회 김영철 의원(국민의힘, 강동5)은 지난 13일 천호3동 공공복합청사 4층에 12일 개관한 서울디지털동행플라자 강동센터를 방문해 운영 현황 및 안전·편의시설 전반을 점검했다. 디지털동행플라자는 서울시가 추진하는 디지털 포용 정책의 핵심 거점으로, 어르신과 디지털 취약계층이 디지털 기술을 일상 속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다양한 교육·체험·상담 프로그램을 전면 무료로 제공하는 디지털 전문 플랫폼이다. 특히 이번 강동센터 개관은 김 의원이 동남권역 디지털동행플라자 거점을 강동구에 유치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 온 성과다. 김 의원은 서울시의 동남권역센터 확충 논의 초기부터 강동의 고령층 수요와 지역 여건을 근거로 강동구 유치 필요성을 꾸준히 제기했고, 센터 설치가 확정된 후에는 관련 예산 확보 과정까지 직접 챙기며 사업 추진 기반을 다졌다. 이날 현장에서 김 의원은 프로그램 운영실, AI 체험존, 커뮤니티 공간 등을 직접 살펴보며 프로그램 난이도·기기 배치·이용 동선 등 운영 전반을 세심히 점검했다. 특히 ▲파크골프 ▲ AI바둑 로봇 ▲스마트 운동·게임기기 ▲AI 사진관 촬영 등 주요 체험 프로그램을 직접 체험하며 구민 관점에서의
thumbnail - 김영철 서울시의원, ‘서울디지털동행플라자 강동센터’ 현장 점검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2010-08-21 9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새벽배송 금지'에 대한 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요?
민주노총 택배노조의 ‘새벽배송 금지’ 제안을 두고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노동자의 수면·건강권을 지켜야 한다는 주장과, 새벽 배송을 원하는 노동자들의 ‘일할 권리’, 민생경제를 지켜야 한다는 반발이 정면으로 맞붙고 있다. 여러분은 어떤 생각을 갖고 계신가요?
1. 새벽배송을 제한해야 한다.
2. 새벽배송을 유지해야 한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