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역 아들 둔 국회의원 아버지 16명의 심정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에 대한 군의 초기 대응을 놓고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아들이 현역 복무 중인 국회의원들의 속앓이도 깊어 가고 있다. 한나라당 의원 171명 가운데 공성진·구상찬·김선동·김성조·김성태·김장수·김정훈·성윤환·신영수·원유철·이명규·이한성·조문환 의원 등 13명의 아들이 현재 군 복무 중이며, 민주당은 전체 84명의 의원 가운데 박선숙·신학용·정장선 의원의 자녀가 현재 국방의 의무를 다하고 있다. 이윤석·최재성 의원의 아들은 의무경찰로 복무 중이다.
현재 군 복무 중인 아들과 함께 2대가 해병대 출신인 공성진 의원은 “향후 우리 군은 북한의 도발에 대해 전략적으로 단호하게 대응해야 한다.”면서 “북한의 도발 직후 군과 현장에 대한 경험, 통찰력이 없는 사람들이 주먹구구식으로 탁상공론하며 미흡하게 대응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차남이 현재 공군으로 복무 중인 이명규 의원도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이 의원은 “북한이 자꾸 도발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 군은 문제가 없다는 식으로 거짓말하고 있다.”면서 “포괄적인 대응체계를 만들고 국민을 호도한 군 관계자들을 전원 퇴역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회 국방위원회 위원장이자 차남이 육군으로 복무 중인 원유철 의원은 “북한 연평도 사건 당일 아들이 ‘아버지 걱정하지 마십시오. 전쟁이 나더라도 제가 앞장서서 싸우겠습니다’라고 문자가 와 든든했다. 바로 ‘장하다, 내아들아’하고 답해줬다.”면서 “국군수도병원에 내가 제일 먼저 달려갔다. 내 아들이 그렇게 된 것 같아 너무 마음이 아팠다. 유가족들과 똑같은 마음이었다.”고 되뇌었다.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소속이자 장남이 육군으로 복무중인 구상찬 의원은 “북한의 공격에 대해 10배로 맞대응해도 모자랄 판에 상황 종료 뒤 보복대응을 하는 등 초기 대응에 문제가 있었다.”면서 “북한이 추가도발을 해온다면 화끈하게 보복공격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남이 육군 17사단에서 기관총 부사수로 복무 중인 김선동 의원도 “군이 국민의 생명과 평화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북한의 도발 초기에 단호하게 대응했어야 한다.”면서 “북한 스스로 도발이 가능하지 않다고 느끼도록 우리 군이 결연한 의지를 갖고 단호하게 대응해 억지력을 키워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장남이 해병대에 자원입대한 민주당 정장선 의원은 “아까운 장병들이 희생돼 너무 가슴 아프고 불안하다.”면서 “우리 군 대응이 제대로 되지 못했다. 대비가 안 돼 있었고 우왕좌왕했다.”고 비판했다. 정 의원은 다만 “확전보다는 외교적인 노력 등을 통해 확실한 대비책을 세우고 상식적으로 다시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차남이 육군으로 복무중인 신학용 의원은 “(아들이) 언제 당할지 몰라 불안하다.”고 토로했다. 신 의원은 “북한이 추가 도발해 오면 3배로 퍼부어 줘야 한다.”면서도 “공군기를 띄우면 금방 확전될 것이고 모두 몰락할 것이기 때문에 확전되지 않도록 자제해야한다.”고 우려했다.
지난해 4월 아들을 군에 보낸 박선숙 의원도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북의 공격 직후 아들과 즉시 통화했다는 박 의원은 “그나마 육군이라 안도하고 있다.”며 확전돼선 안 된다고 힘줘 말했다. 박 의원은 “가능성을 예측했어야 했는데 너무 무방비였다. 전체적인 화력에 차이가 있었다.”면서 “강한 수준의 응징보다 교전규칙에 따라 하는 게 맞다.”며 확전을 경계했다.
강주리·김정은·허백윤기자
kimje@seoul.co.kr
2010-11-26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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