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폭발 후쿠시마…암흑 속 필사의 탈출

원전폭발 후쿠시마…암흑 속 필사의 탈출

입력 2011-03-13 00:00
수정 2011-03-13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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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한철씨, 울퉁불퉁 국도로 8시간만 도쿄로 나와

“암흑천지를 뚫고 겨우 탈출할 수 있었습니다. 전쟁터가 따로 없었어요”

일본 동북부를 강타한 최악의 강진으로 원자력 발전소 폭발사고가 발생한 12일 후쿠시마(福島)에 머물던 조한철(59) 코리아비즈니스센터(KBC)그룹 회장은 도쿄(東京)로 탈출하기 까지 무려 8시간에 걸쳐 모진 고초를 겪어야 했다.

조 회장은 13일 연합뉴스와 가진 전화통화에서 “후쿠시마 원전에서 50km 떨어진 곳에 머물다 원자로 냉각시스템 작동이 중단되며 방사능이 누출됐다는 소식을 듣고 12일 밤 9시 자동차를 이용해 오늘 아침 5시께 천신만고 끝에 도쿄에 도착했다”고 말했다.

평소 2시간 30분 거리인 후쿠시마-도쿄 간 고속도로가 끊기면서 이리저리 국도를 우회해 가느라 무려 8시간이 소요된 것.

세계해외한인무역협회 명예이사장을 맡고 있는 조 회장은 후쿠시마현 유모토(湯本) 온천 지역에서는 두번째로 큰 규모인 팜스프링호텔을 경영하고 있다. 이 때문에 1년 중 절반은 후쿠시마에서, 나머지 기간은 도쿄에 머물며 도심형 콘도(위클리 맨션)를 운영하며 지낸다.

조 회장은 원전 폭발에 따른 ‘방사능 공포’로 극심한 혼란이 야기된 현지 상황을 ‘아비규환’, ‘아수라장’이라는 단어로 요약했다.

그는 “어제 밤 후쿠시마를 빠져나오기 위해 주유소에 들러 가까스로 기름을 넣었는데, 1시간도 못돼 기름이 떨어지는 줄을 섰던 차량들이 대부분 돌아가는 것을 목격했다”며 “식료품점에도 물건이 동이 났고, 그나마 문을 연 곳도 사람들이 200m 이상 줄을 지어 서 있었다”고 전했다.

그는 또 “수도가 끊겨 급수차가 다니고 있지만 그릇이 없어 사람들이 비닐봉지에 물을 담아가고 있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도쿄로 향하는 국도는 마치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고 한다. 조 회장은 “국도는 차가 다닐 수 있도록 응급복구가 됐지만 쓰나미가 휩쓸고 간 길가에는 차량들이 쓰레기처럼 나뒹굴었고, 심지어 나무에도 자동차가 휴지조각처럼 거꾸로 매달려 있었다”고 증언했다.

또 가로등은 물론 주택까지 모두 불이 꺼져 깜깜한데다 지진으로 울퉁불퉁해 달릴 수가 없었다고 했다. 그 와중에 기름이 떨어져 오도가도 못하는 차량도 간간이 눈에 띄었다.

그는 “도쿄로 통하는 고속도로가 통제되면서 지진으로 갈라지고 끊어진 국도를 돌고 돌아 한숨도 못자고 운전을 했다”며 “탈출 차량들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오면서 도로가 꽉 막혀 차라리 걸어오는 게 나을 정도로 답답했다”고 한숨을 쉬었다.

조한철 코리아비즈니스센터(KBC) 그룹 회장.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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