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초부터 러시아가 문제가 없다고 하면 검증 불가”
지난해 발사 후 공중 폭발한 한국형발사체 나로호(KSLV-1) 2차 발사 실패의 원인규명이 사실상 불가능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 측이 제작한 2단 로켓에서 뚜렷한 문제점을 찾아내지 못한 상황에서 러시아 측이 1단 로켓과의 연결부에 문제가 없다고 자신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신문 포토라이브러리
지난해 6월 폭발하기 직전의 2차 발사 나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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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과학기술부는 지난달 27~29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나로호 2차 발사에 대한 ‘제1차 한·러 공동조사단 회의’를 개최했다고 3일 밝혔다. 공동조사단은 계약 당사자인 한국항공우주연구원과 러시아 흐루니체프사가 1년간의 조사에서 결론을 내리지 못하자 양국 정부가 직접 나서 실패원인을 규명하자는 취지에서 구성됐다. 양측 전문가들은 1단 로켓 제어시스템 오작동 1단 추진기관 시스템 오작동 과하중에 의한 1단의 구조적 파괴 단분리장치 오작동 및 산화제 순환 시스템 오작동 비행종단시스템(FTS) 오작동 등 5가지 가설을 세우고 기술검토를 해왔다. 사실상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은 셈이다. 그러나 회의에서 양측은 결론을 도출하는 데 실패했다.
그러나 교과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한국과 러시아 양국은 원인규명이 불가능하다는 점에 공감하고 있다. 교과부 핵심 관계자는 “항우연과 국내 전문가들의 검토에서 2차 로켓은 문제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1차 로켓이나 연결부에서 오작동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지만 이를 입증할 방법이 없다.”고 밝혔다. 항우연과 흐루니체프사가 체결한 계약에는 러시아는 1차 로켓과 연결부에 대한 기술적 정보는 한국 측에 알리지 않도록 돼 있다. 애초부터 러시아가 문제가 없다고 하면 한국은 검증할 방법이 없는 계약이었던 것이다.
특히 러시아는 이번 회의에서 1차 로켓 발사와 관련된 수치들을 특별히 한국측에 전달하겠다고 약속했다. 교과부 관계자는 “1차 로켓 관련 자료에 뚜렷한 문제가 있다면 러시아가 자료를 전달할 리 없지 않느냐.”면서 “만약 문제가 있거나 러시아가 자료를 조작했더라도 이를 입증할 수 있는 국내 로켓 전문가가 없다.”고 설명했다. 러시아는 회의 말미에 “더 이상의 회의는 무의미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한국 측이 “자료를 검토한 후에 다시 얘기하자.”며 9월말 2차 회의를 열기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나로호 2차 발사 실패 원인은 양국 합의하에 모호한 형태로 정리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어느 한쪽의 책임으로 돌리지 않고, 러시아와 한국이 각각 1단과 2단 로켓을 자비로 제작해 3차 발사를 진행하는 방안이 확실시된다. 교과부는 한국이 자체 우주발사체 개발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기술이전을 노린 러시아가 한국에 책임을 떠넘기는 등의 무리수는 두지 않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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