安 모처서 숙고…文 “시간은 없고 답답”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 안철수 무소속 후보의 22일 단일화 담판 회동을 위해 아침부터 측근들이 움직였다. 오전 8시 안 후보 측 조광희 비서실장이 문 후보 측 노영민 비서실장에게 전화를 걸어 회동이 성사됐다. 오전 10시 30분 서울 서대문구 그랜드힐튼 호텔에서 회동이 시작됐다. 두 후보는 오전 일정을 모두 비웠다. 문 후보는 오전 10시 30분으로 예정됐던 시각장애인 사진전 관람 일정을 오후 1시로 연기했고 안 후보도 오전 10시 문화정책 발표와 오전 11시 30분 쪽방촌 방문 일정을 취소했다.

오전 10시 30분 두 후보가 배석자 없이 단독으로 만나는 동안 양측 단일화 실무팀도 같은 곳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두 후보가 합의를 하면 바로 협상을 진행하려던 것이었다. 하지만 실무팀은 식사조차 별도로 할 정도로 양측의 감정의 골은 여전했다. 낮 12시쯤 두 후보의 단독 회동이 성과 없이 끝났고 실무팀도 협상장을 빠져나왔다. 이후 양 캠프 측에서 같은 내용의 회동 결과를 발표했다. “성과가 없었다. 한 걸음도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는 내용이었다.

회동 이후 두 후보의 행보는 조금 달랐다. 문 후보는 당초 오후로 미뤘던 일정을 했고 안 후보는 모든 오후 일정을 취소하고 장고에 들어갔다.

문 후보는 이날 오후로 미뤄던 서울 종로구 대학로 상명대 예술 디자인센터에서 열린 시각장애인 사진전을 관람한 후 기자들과 만나 “시간은 없고 답답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 행사는 시각 장애인들과 미리 약속을 해 놓은 것이라 왔지만 다른 일정들도 다 소화하지 않고 협상을 제대로 해나가는 데 집중하고 있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문 후보는 방명록에 “진실로 아름다운 것은 마음에만 보이는 것일까요?”라고 썼다. 교착 상태에 빠진 단일화 협상에 대한 복잡한 심경을 표현한 것으로 해석된다.

안 후보는 회담 결렬 직후 캠프로 돌아오지 않은 채 비공개 장소에서 장고에 들어갔다. 오후 2시 35분에는 대변인 명의로 심경을 밝히기도 했다. 안 후보 측 정연순 대변인은 “두 후보의 결단이 남았다. 이와 관련해 안 후보는 일정을 취소하고 숙고의 시간을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효섭기자 newworld@seoul.co.kr

이영준기자 apple@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