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특사 정면충돌’ 셈법은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설 특별사면’ 문제를 놓고 정면 충돌하는 양상을 보이는 데는 양측의 정치적 이해가 엇갈리기 때문이다. 이를 바라보는 셈법 역시 양측 모두 ‘밑질 게 없다’는 분석부터 정권 인수인계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까지 다양하다.

임기 말 특사가 역대 정부에서도 이뤄진 ‘관행’이라는 점도 내세운다. 임기 막바지에 비판 여론를 신경쓰기보다 정치적 실리를 우선하겠다는 인식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1997년 말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 등을, 김대중 전 대통령은 2002년 12월 정태수 전 한보그룹 회장 등을,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7년 12월 측근인 임동원 전 국정원장과 최도술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 등을 각각 사면했다.
그러나 박 당선인 측은 지난 26일 특사에 대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박 당선인이 이 대통령에 대한 존중 차원에서 당선 이후 ‘조용한 행보’에 초점을 맞춰왔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다. 국민들의 부정적 여론을 의식해 제동을 건 것으로 해석된다.
박 당선인은 지난해 11월 경제민주화 공약을 발표하면서 “대통령의 사면권을 제한해 무분별하게 남용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력형 비리 등에 연루된 인사들이 특사를 통해 대거 풀려날 경우 공약과 배치될 수밖에 없고, 그 부담은 새 정부가 고스란히 떠안게 된다는 인식이다.
때문에 박 당선인은 청와대를 중심으로 특사설이 흘러나올 때부터 내켜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협력 모드’를 유지해온 청와대와 인수위가 설 특사 논란을 계기로 갈등 국면으로 접어들 가능성도 있다. 이 대통령이 특사를 강행할 경우 박 당선인이 일정한 ‘선긋기’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반면 양측 간 심리적인 갈등의 골은 깊어질 수 있지만, 새 정부 출범까지 채 한 달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정권 인수인계라는 실무적인 영역까지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도 나온다. 청와대와 인수위 일각에서는 ‘계륵’과 같은 특사 문제를 정리하는 게 오히려 양측 모두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현 정부와 차기 정부가 각각 정치적 실리와 명분을 나눠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김성수 기자 sskim@seoul.co.kr
장세훈 기자 shjang@seoul.co.kr
2013-01-28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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