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4 서울 노원병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나선 안철수 무소속 예비후보를 바라보는 여야의 셈법이 복잡하다. 여야 모두 겉과 속이 다른 분위기도 감지된다.

새누리당은 당초 노원병을 열세 지역으로 간주했지만 허준영 후보가 각종 여론조사에서 예상 밖으로 선전하면서 고무된 모습이다. 당 핵심 관계자는 1일 “지역 공약이나 조직에 힘을 실어주고 야권이 분열되면 해볼 만한 승부”라고 말했다. 경찰청장과 코레일 사장 등을 지낸 허 후보가 창동차량기지 및 도봉면허시험장 이전 등 지역 현안을 해결할 수 있는 적임자라는 ‘지역 일꾼론’을 부각시키겠다는 전략이다.

당내에서는 또 허 후보가 패하더라도 여권에 미칠 충격파는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오히려 안철수 후보가 국회에 입성하면 야권의 공세를 약화시키거나 걸러주는 이른바 ‘바람막이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얘기도 힘을 얻고 있다.

한 영남권 3선 의원은 “안 후보가 등장하면 국회에서든 차기 대선에서든 가장 괴로운 건 민주통합당 아니겠느냐”면서 “야권의 힘이 분산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수도권의 한 재선 의원도 “안 후보가 현실 정치의 높은 벽에 부딪힐 가능성이 높다”면서 “차기 대선까지 4년여 동안 안철수 바람을 유지하기도 쉽지 않다”고 평가했다.

민주당 이동섭 후보는 이날 기자회견을 갖고 노원병 보궐선거 불출마와 안 후보 지지를 선언했다. 이로써 노원병 선거는 진보정의당 김지선, 통합진보당 정태흥 후보를 포함한 4파전으로 좁혀졌다.

민주당 민병두 전략홍보본부장은 “의미가 있다”면서 “이 후보의 안 후보 지지 선언은 민주당이 (안 후보와) 함께하는 데 물꼬를 튼 단계로 볼 수 있다”며 긍정 평가했다. 다만 “이 후보의 안 후보 지지가 당의 공식 입장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은 것은 복잡한 당내 기류를 반영한 것으로 해석된다.

민주당 입장에서는 안 후보의 국회 입성을 마냥 반길 수만은 없기 때문이다. 앞서 민주당이 노원병 무공천을 결정한 것 역시 민주당이 후보를 냈다가 안 후보에게 대패하면 당이 입을 타격을 우려한 ‘고육책’에 가깝다는 게 정치권의 분석이다. 오는 10월 재·보선과 내년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이 ‘안철수 세력’에 밀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는 민주당이 지속적으로 안 후보에게 야권 연대와 입당을 압박하는 이유로 보인다.

민 본부장은 “안 후보는 대선까지 멀리 가려는 것 아니냐. 혼자 가는 것보다 함께 가는 게 낫다라는 것을 느껴야 한다”면서 민주당과의 연대를 강조했다.

장세훈 기자 shjang@seoul.co.kr

송수연 기자 songsy@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