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측 “기록 통째로 보냈고 삭제도 안돼”새누리 “폐기, 봉하마을 유출 의혹”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의 실종 논란이 빚어지면서 이 기록물의 생산·이관·보관 과정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관계 당국에 따르면 국가정보원이 남북 정상회담 후 2008년 초 녹음파일을 풀어 청와대와 각기 1부씩을 나눠 가진 것으로 알려졌으나 완성본·잠정본을 둘러싼 진본 논란이 인 데 이어 지금은 청와대 보관본이 대통령기록관으로 이관·보관된 과정이 도마 위에 올랐다.
◇노무현 정부 측 “누락·삭제는 불가능” = ‘원생산자’인 노무현 정부 당시 인사들은 일제히 기록 일체를 통째로 국가기록원 대통령기록관에 넘겼으며 부분 삭제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입을 모은다.
임상경 전 대통령기록관장은 연합뉴스와의 만나 “대통령기록관에 ‘이지원’(e-知園)을 전부 보냈다”면서 “이는 어떤 기록만 빼는 게 아니라 시스템 안의 모든 기록을 이관했다는 의미”라고 밝혔다.
‘디지털 지식정원’이란 의미의 ‘이지원’은 노 전 대통령이 개발한 청와대 온라인 업무관리시스템이다.
또 김정호 전 청와대 기록관리비서관도 CBS 라디오에서 “노 전 대통령이 퇴임하면서 824만 건에 달하는 모든 기록물을 넘기고 혹시나 싶어서 외장 하드에 담아서 기록물만 별도로 보냈다”면서 “남북정상회담 대화록만 빠졌을 가능성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다만 기술적인 문제로 검색에서 추출되지 않았을 가능성도 열어뒀다.
예컨대 비밀기록물이어서 정상회담과는 전혀 다른 ‘코드명’으로 제목을 달거나 대통령기록관과 이지원 운영 시스템의 차이로 문서 검색을 못 하는 상황도 있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밖에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참여정부가 처음으로 전자기록을 이관하다 보니 안정성이 100% 검증되지 않았을 것이라는 추측도 나왔다.
◇국가정보원 “대화록 진본 보유” = 국정원의 주장은 남북정상회담이 끝나고 석 달 후인 2008년 1월께 녹음 파일을 기초로 완성본을 만들었고, 청와대에는 이에 앞서 잠정본을 보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국정원이 공개한 대화록과 청와대가 보유한 대화록 사이에 차이가 있을 것이라는 추측이 제기되면서 어느 게 진본이냐는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에 대해 노무현재단 김경수 봉하사업본부장은 “청와대에 넘어온 국정원 초안이 완전하지 않아 안보정책비서관실이 취재를 통해 최종본을 만들었다”면서 “노 전 대통령의 재가를 거쳐 지정기록물로 지정하고, 이지원이 기록관으로 넘어갈 때 함께 넘어갔다”고 설명했다.
현재로서는 청와대가 대통령기록관에 보냈다는 대화록을 찾지 못함에 따라 진본 여부를 확인하기 어려운 형편이다.
◇새누리당 “靑-국정원, 각각 대화록 전문 완성” = 새누리당 윤상현 원내수석부대표는 최근 “국정원이 녹음파일로 녹취록 2부를 작성해 청와대와 1부씩 나눠 가졌다”고 말했다.
이를 토대로 당시 청와대와 국정원은 노 전 대통령과 김정일 전 북한 국방위원장의 대화록에 다른 관련 자료까지 보태 각각 대화록 전문을 완성했으며, 이후 서로 비교해 다르지 않다는 것을 확인했다는 게 윤 수석의 설명이다.
윤 수석의 주장대로라면 청와대가 관련 기록을 대통령기록관에 넘기기만 했다면 국정원이 보관 중인 기록과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그러나 노 전 대통령 측은 “청와대와 국정원이 각각 완성본을 만든다는 게 이해가 안 된다”고 반박했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의 핵심 당직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대통령기록관에 있다면 아무리 운영 시스템이 달라도 기록을 찾을 수 있다”면서 “노 전 대통령이 불리한 기록을 폐기하도록 지시했거나, 퇴임하면서 관련 기록만 봉하마을로 가져간 것 아니냐는 의혹도 있다”고 주장했다.
◇관리 허술 논란 = 국가기록원은 지난 2일부터 국회의 요청을 받아 검색에 착수했지만 17일까지 보름 동안 대화록을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는 “조선 시대에도 실록을 포함한 중요한 자료는 안전을 위해 분산 보관했는데 과거만도 못한 것 아니냐”면서 “그렇게 중요한 기록이 없어지거나 찾지 못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또 현직 대통령이 자신과 관련된 기록을 별다른 제약 없이 들여다볼 수 있는 것도 객관적인 자료를 남기는 데 걸림돌이 된다는 지적도 있다.
이에 대해 김익한 한국국가기록연구원장은 “우리나라 대통령기록관 서고의 방호는 세계 최고 수준이며, 어떤 나라도 분산해서 관리하지 않는다”면서 “더군다나 안전을 위해 서버에 한 부를 두는 게 아니라 백업본 두 질을 더 만든다”고 설명했다.
김 연구원장은 다만 “지정기록물을 대통령이 갖고 있을 수 있게 돼 있는데 1년 단위로 기록을 지정하고, 이를 대통령기록관으로 이관해서 사용할 수 없도록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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