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수품 성적서 조작 ‘요지경’…불량무기 양산 우려

군수품 성적서 조작 ‘요지경’…불량무기 양산 우려

입력 2014-03-17 00:00
수정 2014-03-17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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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질검증제도 사각지대 악용, 무더기 불량부품 납품

시험성적서가 위조된 부품 및 자재가 국산 무기에 무더기 납품된 사실이 적발됨에 따라 불량 무기가 양산된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국방기술품질원이 2007년부터 작년 10월까지 약 7년간 납품된 군수품 28만199건의 공인시험성적서를 검증한 결과 241개 군납업체가 2천749건의 시험성적서를 위·변조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업체는 장병들의 먹거리와 피복부터 육·해·공군 무기체계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분야에서 시험성적서를 조작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 각종 국산 무기에 불량 부품 무더기 납품

성적서가 위·변조된 부품은 K-2 전차, K-21 장갑차, K-9 자주포, K-55A1 자주포 등 기동화력 장비에 주로 납품됐다. 기동화력장비에 납품된 부품의 위·변조는 2천465건으로 전체의 89.7%에 달했다.

기품원은 고무류, 가스켓류, 브라켓, 볼트, 필터류 등의 불량부품 납품으로 인해 해당 기동화력 장비를 장기간 운용했을 때 내구도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가장 많은 불량부품이 사용된 무기는 K-21 장갑차로 무려 268개의 시험성적서 위·변조 부품이 사용됐다. K-9 자주포, K-2 전차에도 각각 197개, 146개의 불량부품이 들어갔다.

국내 기술로 개발된 기동헬기인 수리온에는 와이퍼기어 등의 불량부품이 납품돼 장기간 운용시 내구도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품원은 분석했다.

공군의 주력전투기인 KF-16에는 성능 및 안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브레이크디스크 등 불량부품이 사용됐다.

해군 무기 중에는 차기호위함 울산급 호위함에 사용된 펌프 주물제품 등이 성능 및 내구도에 영향을 미치는 불량부품인 것으로 드러났다.

장병 급식재료 중에는 장류, 소스류, 가공식품 등 27건에서 시험성적서 조작 사실이 드러났다.

특히 고추맛기름은 세계보건기구(WHO)에서 유해물질로 지정한 벤조피렌이 기준치를 초과했다. 벤조피렌이 기준치(2.0)를 초과하는 2.5였지만 시험성적서 수치는 1.5로 조작됐다.

장병에게 보급된 운동복, 전투복, 모자 등 피복에도 내구도에 영향을 미치는 불량재질이 사용됐다.

◇ 제대로 검증도 않고 납품받아…품질검증제도 사각지대 확인

불량부품을 납품한 군납업체들은 정부 품질검증제도의 사각지대를 노렸다.

기품원은 완제품과 핵심부품 중심으로 직접 품질검증을 하고 비핵심 품목은 주 계약업체에 품질관리를 위임하고 있다.

그러나 주 계약업체도 경영효율화 차원에서 비핵심 품목의 품질관리를 협력업체에 위임해 품질관리에 사각지대가 발생했다.

협력업체가 제출하는 시험성적서를 제대로 검증하지 않은 기품원과 주 계약업체 모두 책임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기품원은 시험성적서가 위·변조된 부품에 대해서는 정상부품으로 교체하고 소모된 품목에 대해서는 해당 군납업체의 부당이익을 환수할 방침이다.

또 재발장비 대책으로 23개 공인시험기관과 상호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해 시험기관이 발급한 성적서 원본을 기품원이 직접 확인하는 방안도 추진키로 했다.

아울러 주 계약업체로 하여금 중소 협력업체가 제출하는 모든 성적서의 진위를 확인할 의무를 계약조건에 반영토록 관련 규정을 개정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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