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 지방선거 인물 대해부] <2> 서울시장 예비후보 새누리당 김황식 前총리

[6·4 지방선거 인물 대해부] <2> 서울시장 예비후보 새누리당 김황식 前총리

입력 2014-04-08 00:00
수정 2014-04-15 19:09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40년 공직 ‘행정 전문가’·소박한 성품… 카리스마는 2% 부족

“총리님, 손 푸십시오.” 지난달 22일 김황식 전 국무총리가 서울 영등포구 아리수정수센터를 방문했을 때의 일이다. 김 전 총리가 정남기 센터 소장의 안내로 현황 브리핑을 받고 공장을 돌아보는 과정에서 선거캠프 관계자의 눈에 기겁할 만한 장면이 포착됐다. 김 전 총리가 뻣뻣하게 뒷짐을 진 자세였던 것이다. 캠프 관계자가 황급히 다가가 손을 풀라고 귀엣말을 하자 김 전 총리는 슬그머니 뒤에 있던 손을 앞으로 돌렸다. 캠프 관계자는 또 귀엣말로 “악수는 꼭 두 손으로 하셔야 합니다”라고 조언했고, 김 전 총리는 바로 센터 직원들에게 두 손으로 ‘겸손하게’ 악수했다. 당시 현장에 있었던 캠프 관계자는 “감사원장, 총리 시절에 기관에서 브리핑받던 자세를 몸이 기억하고 있는 것”이라며 “하지만 워낙 똑똑하신 분이라 한 번 지적하면 반드시 고친다”고 말했다.

이미지 확대
새누리당 서울시장 경선을 뛰고 있는 김황식 전 국무총리가 7일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선거사무실에서 자살 예방을 위한 서울건강추진단(가칭) 신설 등을 포함한 3차 공약안을 발표하고 있다. 정연호 기자 tpgod@seoul.co.kr
새누리당 서울시장 경선을 뛰고 있는 김황식 전 국무총리가 7일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선거사무실에서 자살 예방을 위한 서울건강추진단(가칭) 신설 등을 포함한 3차 공약안을 발표하고 있다.
정연호 기자 tpgod@seoul.co.kr


이미지 확대
6·4 지방선거 새누리당 서울시장 경선에 도전한 김 전 총리는 인생의 반 이상을 ‘공직자’로 살았다. 김 전 총리는 대법관, 감사원장, 총리 등 40년에 걸친 공직생활 경험을 서울시장 자격의 최대 장점으로 꼽고 있다. 하지만 역으로 그의 이런 경력은 약점이기도 하다는 게 정치권의 평가다. 인생의 절반 이상을 임명직 공무원으로 산 탓에 ‘표를 먹고사는’ 선출직 정치인의 삶을 체득하는 게 쉽지 않다는 것이다.

김 전 총리는 어릴 때부터 줄곧 ‘모범생’의 삶을 살았다. 그런 성품에 영향을 크게 미친 사람은 그의 어머니다. 그는 자신을 소개하는 자리에서 어릴 적 어머니로부터 혼났던 일화를 소개하곤 한다. 어릴 때 집 대문으로 거지가 들어오기에 “어머니, 거지 와요”라고 하자 어머니는 정색을 하더니 “우리 집에 오는 사람은 다 손님이다. 앞으로 거지라고 말하면 혼날 줄 알아라”라고 꾸지람을 했다는 것이다.

김 전 총리의 집에서 10년 가까이 일한 가정부 아주머니와의 사연도 김 전 총리의 성품을 잘 보여준다. 부인 차성은씨에 따르면, 30여년 전 김 전 총리는 가정부가 배움은 부족하지만 향학열이 높은 점을 알고 기꺼이 매일 외국어를 가르쳐줬다고 한다. 또 그녀가 교통사고를 당해 병원에 입원했을 때도 가족처럼 도움을 줬다. 덕분에 올해로 86세가 된 가정부 할머니가 지금도 김 전 총리가 좋아하는 팥죽을 만들어 집을 찾을 정도다.

종교가 그의 이런 ‘선한 사마리아인’식 인성에 영향을 미쳤는지는 불확실하지만, 그는 독실한 개신교 신자다. 김 전 총리는 1978년 황우여 현 새누리당 대표, 손지열 전 중앙선거관리위원장 등과 독일에서 유학할 때 같은 아파트 단지에서 살았다고 한다. 이들 셋은 매일 목사, 장로, 신도 역할을 번갈아 맡으며 함께 새벽기도를 했다고 한다.

김 전 총리의 차분하고 소박한 성품은 선거운동 과정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김 전 총리는 캠프 인사들에게조차 꼬박꼬박 존댓말을 쓰고 언성을 높이지 않는다. 지난달 14일 귀국 직후 김 전 총리의 집을 찾은 코디네이터는 옷장 문을 열어 보고는 망연자실했다고 한다. 옷장에 걸려 있는 것이라고는 낡은 양복 몇 벌뿐이었기 때문이다. 쓸만한 넥타이도 없어 귀국 후 며칠간은 넥타이 3~4개를 돌려가며 맸다고 한다.

반면 김 전 총리의 ‘인간적인’ 면모는 약점으로 꼽히기도 한다. 그는 ‘울보’라는 별명을 얻을 만큼 감성적이고 눈물이 많은 것으로 알려진다. 지난달 김 전 총리가 미국 샌프란시스코 공항 라운지에서 귀국을 앞두고 혼자 앉아 울고 있는 모습이 한 캠프 인사에게 ‘발각’됐다. 깜짝 놀란 이 인사가 다가가 “총리님, 무슨 안 좋은 일 있으세요?”라고 물었더니 김 전 총리는 말없이 계속 눈물을 흘리더란다. 알고 보니 미국에서 공부하는 딸이 선거에 출마하는 아버지에게 써보낸 ‘응원 편지’를 보며 울컥한 것이었다.

김 전 총리의 선거 출마를 두고 한때 가족들은 심하게 반대를 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한 캠프 관계자는 “가족 등 주변 사람들은 김 전 총리가 눈물이 많고 감성적이어서 험악한 ‘네거티브 선거’를 잘 견딜 수 있을까 걱정했다”고 전했다.

김 전 총리가 정치적 결단력이나 카리스마가 다소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친이명박계, 친박근혜계, 호남 등을 아우르는 통합 캠프를 만든 만큼 캠프 내 의견 차가 없을 수 없는데, 김 전 총리가 이를 정리하기보다는 사람 좋은 웃음만 지으며 끌려간다는 얘기도 나돈다.

대학을 함께 다닌 동문들은 김 전 총리를 ‘샌님’으로 기억한다. 서울대 법학과 68학번인 김 전 총리는 캠퍼스에서 교련 반대, 3선 개헌 반대, 유신 반대 시위 등이 잇따라 벌어졌지만, ‘세상의 일’에 관심을 두기보다는 법전에만 파묻혀 있었다고 한다. 이 때문에 학창시절의 그를 기억하는 새누리당의 한 중진 의원은 “정치는 가슴이 젖어야 하는데 그 사람한테 무슨 가슴이 있겠냐”고 혹평했다.

김 전 총리와 가까운 오신환 서울 관악을 당협위원장은 “정치인으로서 김 전 총리의 삶은 경선 거부를 시사하며 돌입했던 사흘간의 ‘칩거’ 전과 후로 나뉜다”고 말한다. 칩거를 끝내고 경선에 재합류한 이후 김 전 총리가 선거 운동에 자신감을 보이고 적극적인 ‘권력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는 얘기다.

실제 김 전 총리는 지난 3일 ‘30~40대 직장인들과의 호프집 대화’ 행사에서 참석자들이 요청하자 즉석에서 송창식의 ‘맨 처음 고백’을 열창하고 참석자들과 일일이 ‘러브샷’을 했다. 김승옥의 저서 ‘무진기행’의 한 구절을 줄줄 암송하기도 했다. 오 위원장은 “자신을 드러내는 정치인의 일에 점점 익숙해지고 있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이 자리에서 김 전 총리는 가장 좋아하는 소설이 일본 작가 야마오카 소하치의 ‘대망’이라고 말해 의미심장한 뒷맛을 남겼다. 대망은 도쿠가와 이에야스를 다룬 1950~60년대 일본 역사소설로, 한때 정치가, 경영인들의 필독서로 분류되는 등 일본 ‘정치공학’의 교과서로 꼽힌다.

다소 노쇠한 이미지를 극복하기 위해 김 전 총리가 보여주고 있는 ‘처절한 노력’에서도 그의 ‘권력의지’가 감지된다. 김 전 총리는 지난달 24일 자신의 선거캠프 개소식에서 아이돌 가수의 인기 안무인 ‘직렬 5기통 엔진춤’을 따라하며 아이처럼 펄쩍펄쩍 뛰어 주위를 ‘경악’하게 했다. 심지어 그의 선거캠프 내에서는 최근 김 전 총리의 안경이 너무 도수가 높고 두꺼워 이미지에 손해가 된다며 안경을 벗고 렌즈를 끼는 방안까지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김 전 총리가 안경을 벗은 모습을 보고는 다들 “원래가 낫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강병철 기자 bckang@seoul.co.kr
2014-04-08 3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당신은 하루에 SNS와 OTT에 얼마나 시간을 소비하는가
우리 국민의 평균 수면 시간이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처음으로 줄었다. 잠을 이루지 못하는 사람의 비율도 크게 늘었다. 반면 유튜브와 넷플릭스 등의 이용자가 늘면서 미디어 이용 시간은 급증했다. 결국 SNS와 OTT를 때문에 평균수면시간도 줄었다는 분석이다. 당신은 하루에 SNS와 OTT에 얼마나 시간을 소비하는가?
1시간 미만
1시간~2시간
2시간 이상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