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대권후보’ 혼란 수습 시험대
새정치민주연합이 10일 기초선거 후보를 공천키로 당론을 뒤집으면서 무(無)공천 소신을 주장해 온 안철수 공동대표가 정치권 입문 이후 최대 위기에 직면하게 됐다. 치명타를 입어 회복하기 쉽지 않다는 지적과 극적인 역전 승부수를 일궈낼 수도 있다는 관측이 교차하고 있다.안 대표는 당원, 국민들에게 무공천 소신을 지지해 달라며 배수진을 쳤지만 정반대로 결론이 나 지도력에 엄청난 타격을 입었다. 또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 양보, 2012년 대선 후보 사퇴, 지난달 선거 연대 불가론 속 민주당과의 합당에 이어 이날 무공천 철회까지 ‘4대 철수(撤收) 정치’를 했다는 비난을 감수해야 할 처지다.
안 대표의 핵심 자산인 새 정치와 신뢰 이미지도 크게 훼손됐다. 기초선거 무공천이 통합 신당 창당의 유일한 명분이었기 때문에 새정치민주연합을 창당한 명분도 퇴색됐다. 그가 백의종군 관측을 접고 대표직을 유지하긴 했지만 새정치연합 연착륙도 어렵게 됐다. 무장해제된 신세가 됐다.
합당 선언 후 40일 동안 무공천 갈등으로 당과 나라 전체를 큰 혼란에 빠뜨린 책임의 화살이 당분간 안 대표에게 쏟아질 듯하다. 자연스럽게 이날 하루 종일 안 대표가 무공천 번복에 대한 책임을 지고 대표직을 내려놓을 것이라는 설과 심지어 정계에서 은퇴할 것이라는 설까지 나왔지만 그는 극단적인 선택은 피했다.
안 대표는 실리를 중시하는 기업 최고경영자(CEO) 출신이다. 명분보다는 실리를 택해 결과에 승복하고 지방선거에 매진함으로써 반전의 계기를 모색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친노무현계 등 강경파가 무공천 철회 목적은 달성했지만 지도부 공백에 대한 위기감도 있고 지방선거에서 안 대표의 표가 필요하기 때문에 ‘안철수 흔들기’는 잠시 유보하는 분위기다.
안 대표 지지자들이 무공천 철회를 옛 민주계에 의한 흔들리기나 쿠데타로 받아들일 경우 지방선거를 앞두고 계파 간 불신이 깊어지면서 지난 대선처럼 지방선거도 패배의 길로 치달을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이를 의식해 새정치연합 내 신·구 주류는 지방선거 때까지는 갈등 요소를 억누르며 화합 분위기를 연출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안 대표는 차기 대선 후보로서의 무게가 현저히 약화됐다. 무공천 철회 뒤 혼란 수습력은 일차적 시험대다. 그의 정치적 운명은 지방선거 결과가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결정적 고비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선거에서 이기거나 선전할 경우 반전의 계기가 예상되지만 패배 시엔 거센 퇴진 압력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이춘규 선임기자 taein@seoul.co.kr
2014-04-11 3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