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관위 정치개편안 입체분석(4)] 정치권 “선거 신뢰 회복 위해 필요”

[선관위 정치개편안 입체분석(4)] 정치권 “선거 신뢰 회복 위해 필요”

안석 기자
안석 기자
입력 2015-03-10 00:00
수정 2015-03-10 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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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보자 사퇴 제한

만약 선거에서 후보자가 중도에 사퇴할 수 없도록 했다면 2012년 대선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옛 통합진보당의 이정희 당시 후보는 대선을 완주했을 것이고, 선거는 박근혜·문재인 후보와 더불어 3자 구도가 됐을 것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최근 정치관계법 개정안을 내놓으며 제안한 ‘후보자 사퇴 제한’이 실제 현실이 된다면 선거 판세는 이처럼 전혀 달라지게 된다. 당시 이 후보는 사퇴하고도 선거보조금 27억원을 그대로 받아 ‘먹퇴’ 논란이 일기도 했다.

당장 정치권은 선관위가 제안한 권역별 비례대표제나 석패율제 등에 대해 더 관심을 두는 모습이지만, 실제 선거에서 중대 변수로 작용될 수 있는 후보자 사퇴 제한에 대해서도 본격적으로 유불리를 따지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치권은 선관위가 제안한 ‘후보자 사퇴 제한’에 대해 대체로 찬성하는 분위기다. 선거 전략에 따른 후보의 중도 사퇴가 유권자에게 혼선을 준다는 점에서 사퇴 제한은 선거의 신뢰성을 회복하고 후보자들에게는 출마에 대해 끝까지 책임지도록 하는 효과가 있다는데 이견이 없다.

더불어 선거참여를 전제로 보조금이 지급되는 만큼 사퇴시 이를 반환하는 것도 제도의 취지로 보나 국민정서상으로나 큰 반대는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선관위는 거소 투표용지 발송 마감일 전 2일부터 후보자의 사퇴가 원칙적으로 금지되도록 했고, 이에 따라 대선은 후보자 등록 마감일 이후 11일이 지나면, 다른 선거는 후보자 등록 마감일 이후 7일이 지나면 사퇴할 수 없게 된다. 또 후보자가 사퇴를 강행하면 선거보조금도 반환하도록 하고 후보자가 사망하면 쓰고 남은 보조금을 돌려보내도록 했다.

선관위 관계자는 “보조금은 선거에서 쓰도록 지원하는 것인데, 중도에 사퇴하면 후보를 내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가 된다”면서 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선관위 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후보자 간 연대로 출마자가 갑작스럽게 사퇴하기는 어려워진다. 사퇴로 인한 비용 때문에서라도 개별 후보들은 선거를 완주할 가능성이 크고, 이는 전체 선거 판세에서 야권 단일화보다는 분열로 이어지게 될 것이란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야당으로서는 연대를 염두에 둔 선거 전략에 근본적인 수정이 필요한 대목이다.

더불어 보수 후보는 난립하고 진보 후보는 단일화하는 경향이 컸던 교육감 선거에서도 후보자 사퇴 제한은 영향을 줄 수 있다.

일각에서는 사퇴 제한을 법으로 강제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구심도 제기된다. 호남이 지역구인 새정치민주연합의 한 의원은 “불가피하게 후보자가 사퇴하는 경우까지 선관위가 검토했는지 의문”이라며 “지난 대선에서 이정희 후보의 사퇴 때문에 박근혜 당시 후보가 불리해지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보수층에서 제기됐던 것을 떠올리면 이번 개정안은 다소 감정적이고 보복적이라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한편 2004년부터 지난해 지방선거까지 10년간 선거에서 후보가 중도 사퇴한 사례는 214명으로 추계됐다. 18·19대 총선에서 39명의 중도사퇴자가 나왔고 이들에게는 모두 2억 9600만원의 선거보전금이 지원됐다. 4~6기 지방선거에는 172명이 중도 사퇴했고 이들에게 지급된 보전금은 2억 9400만원이다.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2015-03-10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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