安 “혁신위원장직, 기회지만 위험도”…양날의 칼 선택 고심결단따라 내홍수습·격화 갈려…비노 “사퇴론 힘빠지나” 촉각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4·29 재보선 패배 책임론을 둘러싼 당내 계파간 갈등 수습을 위해 ‘안철수 혁신위원장 카드’를 꺼내놓으면서 당 내홍사태가 중대 고비를 맞고 있다.우선 ‘신(新) 문-안 연대’의 성사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문 대표는 전날 당내 최대 대권경쟁자인 안 전 대표와의 회동에서 ‘초계파 혁신기구’ 위원장직을 정식 제안했고, 이로써 ‘공’은 안 전 대표에게 넘어간 상태다.
안 전 대표가 이를 수용하면 지난 2012년 대선에 이어 ‘2차 문·안 연대’가 성사되게 된다.
안 전 대표는 비노진영의 핵심인사 중 한 명이라는 점에서 그의 결단 향배에 따라 내홍 국면도 수습이냐 격화냐 흐름을 가르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 공은 安에게…최종 결심은 = 안 전 대표는 20일 오전 측근들과 모임을 갖고 위원장직 수락여부를 논의해 이르면 이날 중으로 결단을 내릴 것으로 알려졌다.
안 전 대표로서는 이번 제안이 당의 혁신을 주도하며 존재감을 끌어올릴 수 있는 기회인 동시에, 실속은 없이 문 대표를 대신해 책임만 뒤집어쓸 위험도 도사리는 ‘양날의 칼’인 셈이다. 쉽사리 마음을 정하지 못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안 전 대표 주변에서도 수락여부를 두고 의견이 갈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안 전 대표가 위원장직을 맡아 혁신을 잘 이뤄낸다면 구원투수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통 큰 정치인’으로서의 면모를 부각시킬 수 있다.
안 전 대표 주변에서는 “지난해 7·30 재보선 패배로 대표직에서 물러나면서 본인의 비전을 펼칠 기회가 적었다”면서 수락을 권하는 목소리도 나오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안 전 대표가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으리라는 전망도 만만치 않다.
전날 문 대표와 안 전 대표가 ‘혁신기구에 전권을 준다’는 데 뜻을 같이 했지만, 당장 이날 최고위원회에서 이런 합의가 의결될지는 여전히 장담할 수 없다. 일각에서는 최고위원회가 ‘전권 보장’에 부정적일 것이라는 관측도 내놓고 있다.
안 전 대표 측에서도 전권 보장 문제가 깔끔하게 정리되지 않는다면, 위원장 직을 수락하기 어렵다는 기류가 만만치 않다.
혁신기구가 전권을 부여받고 출범하더라도 결국 당의 최고 의결기구는 최고위원회이며, 문 대표가 최종 결정을 내리는 지금의 구조는 여전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오히려 안 전 대표가 지금 혁신기구에 참여해봤자 별다른 역할은 하지 못한 채 선거패배와 당 갈등의 책임만 떠안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있어, 안 전 대표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는 전언이다.
◇ 수락하면 내홍수습 탄력…비노진영 ‘촉각’ = 안 전 대표가 어떤 결단을 내리느냐에 따라 당 내홍 국면도 큰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우선 수락할 경우에는 ‘신(新) 문-안 연대’를 기반으로 당 내홍 수습작업이 한층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안 전 대표가 비노진영의 수장 중 한 명이므로 ‘친노 패권주의’ 비판도 일단은 사그라들 가능성이 크다.
오영식 최고위원은 이같은 점을 고려,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혁신기구는 당이 환골탈태해 국민에게 희망을 심어주기 위한 것”이라며 “새정치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안 의원이 선당후사의 자세로 위원장을 맡아 달라”고 당부했다.
비노진영은 안 전 대표의 혁신기구 위원장설이 나온 이후 당혹감을 감추지 못한 가운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문·안 합작’이 이뤄지면 문 대표를 겨냥한 사퇴론의 동력이 떨어지면서 그동안 비노진영에서 주장해온 ‘문대표 책임론’이 설득력을 잃게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위원장직 수락에 대한 반대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비노진영으로 분류되는 조경태 의원은 이날 TBS 라디오에서 “혁신의 대상은 문 대표 자신이지만, 100번 양보해 혁신위원장을 선출하더라도 의총 등 민주적 절차를 거쳐야 하는 것 아닌가. 일방통행식 혁신은 이뤄질 수 없다”면서 “안 전 대표가 혁신위원장 자리를 받는다면 독배를 마시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비노진영의 다른 인사도 “문 대표가 책임론을 물타기하려 한다는 불만이 나온다”면서 “반발 기류가 거세지는 등 역효과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김한길 전 대표나 박지원 전 원내대표 등 비노인사들은 관련 언급을 자제하면서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 安 거절시 내홍 가중…대체카드는 누구 = 반대로, 안 전 대표가 제안을 거절할 경우에는 당은 다시 혼란으로 빠져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문 대표의 야심찬 수습카드가 거부당하면서 문 대표는 리더십에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이며, 쇄신 작업에도 급제동이 걸려 곤혹스러운 상황에 처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비노진영의 문 대표를 겨냥한 ‘책임론’이나, 문 대표 등 지도부 총사퇴론도 이어질 전망이다. 극단적으로 분당·신당론까지 확산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전병헌 최고위원은 이날 회의에서 이같은 분열상을 우려, “분당이라는 것은 가장 사악한 짓이며, 서로 다르다고 낙인을 찍고 분열을 말하는 것은 망당의 길”이라면서 “친노와 비노라는 이분법 시각으로는 아무것도 해결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전 최고위원은 “친DJ와 비DJ는 없는데, 노 전 대통령이 당선될 때에도 친노와 비노가 있었나”라며 “친노·비노라는 우물안에 우리 스스로를 가둬서는 앞으로 나갈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날 회의장에도 한 당원이 불쑥 나타나 “당이 어려울 때인데, 모두 합쳐야 하는것 아니냐”면서 이종걸 원내대표와의 면담을 요구하는 등 어수선한 상황이 이어졌다.
안 전 대표가 거절하면 당의 혼란이 가중될 수 있는 만큼, 지도부는 속히 대체카드 찾기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 경우 최근 언론 인터뷰 등에서 “권한을 주고 혁신 내용에 동의한다면 제가 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밝힌 서울대 조국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등이 대안으로 떠오를 수 있다.
고사 의사를 밝히고는 있지만 김부겸 전 의원의 이름도 다시 거론될 가능성이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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