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발대 11명 내일 방북…연구원·학자 등 총 80여명 개성 방문작년 8월 이후 10개월 만에 재개…”6개월 공동발굴은 이례적”
남북이 다음 달부터 6개월 동안 개성 만월대(고려 궁성)를 공동으로 발굴, 조사한다고 통일부가 31일 밝혔다.통일부는 이날 “남북역사학자협의회는 6월 1일부터 11월 30일까지의 일정으로 개성 만월대 남북 공동발굴조사를 6개월간 진행한다”고 밝혔다.
이번 사업과 관련해 정부는 남북역사학자협의회의 방북 신청을 승인하고 남북협력기금도 지원하기로 했다고 통일부 당국자는 전했다.
남북역사학자협의회는 지난 3월 중순 심양에서 북측 민족화해협의회(민화협) 관계자들을 만나 올해 6월부터 개성 만월대 공동 발굴조사사업을 재개하기로 합의했고, 이후로도 수차례 팩스 등으로 간접접촉을 갖고 세부 사업계획을 확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업을 위해 다음 달 1일 신준영 남북역사학자협의회 사무국장 등 11명이 방북하는 것을 시작으로 사업 기간 국립문화재연구소, 남북역사학자협의회, 문화재청의 관계자 등 총 80여명이 개성을 방문할 예정이다.
이들 중 발굴 전문인력인 국립문화재연구소 전문가 등 15명 내외가 개성공단 내 숙소에 체류하며 북측의 발굴 전문인력 10여명과 함께 발굴, 조사를 벌인다.
이들 상시 참여자 이외의 나머지 인원은 당일 방북하는 일정으로 사업에 참가하게 된다고 통일부는 밝혔다.
착수식은 다음 달 3일이며, 사업 전반을 협의하기 위한 발굴조사위원회가 사업 기간 2차례 열린다.
남북 전문가들은 만월대의 서부 건축군 구역(약 3만3천㎡) 가운데 남측 지역에서 발굴, 조사를 하고, 기 발굴지역을 대상으로 원상회복 및 복토 등의 작업도 진행할 예정이다.
이번에 발굴조사가 이뤄지는 지역은 황제 침전이었던 ‘만령전’ 추정지에 해당한다.
올해 사업까지 마무리되면 전체 대상지 면적 중 절반 정도에 대한 조사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이 사업을 위해 수십억 원 규모의 남북협력기금을 지원할 방침이다.
개성의 고려 왕궁터인 만월대 발굴사업은 2007년 남북 간 대표적인 사회문화 교류 사업으로 시작됐다.
남북 양측은 2007년부터 2010년까지 4차례 발굴조사를 통해 만월대에서 고려 궁성의 건물 배치와 명문기와, 원통형 청자 등 다양한 유물을 확인했고 2011년에는 수해 피해 건물지와 석축에 대한 보존조치를 시행했다.
2011년 12월 김정일 사망 직후 중단된 개성 만월대 공동 발굴조사 사업은 지난해 7월 2년7개월여 만에 재개됐다. 작년 7월 22일부터 8월 16일까지 20여일 간 진행된 공동 발굴조사를 위해 총 45명의 남측 인원이 개성을 방문했다.
10개월 만에 재개되는 이번 발굴조사는 6개월이나 지속돼 발굴조사 성과가 클 것으로 당국은 기대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2013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개성 만월대 발굴은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관심 사업이고, 우리 정부도 관심을 갖고 있다”며 “발굴조사 기간이 6개월이나 되는 것은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남북은 문화유산 분야에서 신규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실무협의를 진행해왔다.
작년 7월 2일에는 ‘개성 한옥 보존사업’, 그해 8월 12일과 12월 10일에는 ‘우리 민족 기록유산 남북공동전시사업’, 12월 9일에는 ‘평양 고구려고분군 남북공동발굴조사사업’과 관련 남북 실무진이 각각 구체적인 사업추진 방안을 논의한 바 있다.
이번에 6개월간의 개성 만월대 발굴조사에 남북이 합의함에 따라 문화유산 분야 등에서 남북 교류·협력이 활성화할 것으로 당국은 기대하고 있다.
통일부는 “정부는 민족동질성 회복에 기여하는 민간 차원의 순수 사회문화교류를 지속 허용해 왔다”며 “민족 동질성 회복에 기여하는 교류사업을 적극 지원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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