획기적인 새로운 제안보다 기존 역점과제 이행 역설 최근 회의서 “흔들리지 말고 확신갖고 추진하라” 주문
박근혜 대통령이 최근 ‘선택과 집중’ 원칙에 따라 핵심 국정과제 실현에 힘을 쏟고 있다.임기 반환점을 코앞에 두고 새로운 과제를 제시함으로써 국정을 혼란스럽게 하기보다는 그간 내놓은 과제를 중요도와 완수 가능성에 맞춰 추려내고 이를 일관성 있게 밀어붙이면서 ‘성과 쌓기’에 본격적으로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이다.
박 대통령이 올초 현 정부 출범 당시 마련된 140개 국정과제 가운데 올해 안에 달성이 가능한 핵심과제 24개를 선정하게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박 대통령은 집권 3년차 하반기가 시작될 무렵인 지난 6월 말부터 7월 초 4차례에 걸쳐 핵심개혁과제 점검회의를 직접 주재하며 목표의식 확립과 속도전을 주문한 바 있다.
이처럼 지난 2년 반 동안 쌓아온 정책 기조를 재확인하면서 몇가지 핵심과제에 집중함으로써 국민이 체감하는 성과를 창출하자는 박 대통령의 국정운영 경향은 지난 6일 대국민담화에 이은 15일 제70주년 광복절 경축사에도 그대로 녹아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내치(內治)’에서는 창조경제와 문화융성을 통해 경제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을 견인하겠다고 밝히는 한편 미래 한국의 토대를 쌓기 위해 노동시장 구조개혁을 비롯한 4대 부문 개혁과제를 완수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또한 대북 메시지는 지뢰도발 사건으로 남북 양측의 긴장이 최고조에 달해있었음에도 압박과 대화라는 ‘투트랙 기조’를 균형있게 언급함으로써 오히려 남북 긴장완화와 평화 협력을 통한 한반도 평화통일에 초점을 맞췄다.
한일관계에서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전후 70주년 담화가 우리 기대에 크게 못미쳤지만 최대한 유연성을 발휘해 경색된 관계 개선 의지를 표명했다. 이를 놓고 하반기 주요 외교일정이 빡빡하게 짜인 상황에서 요동치는 동북아 외교전에서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행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이처럼 대내외 현안에 대해 눈에 확 띠는 새롭거나 획기적인 제안은 없었지만 그동안 자신이 꾸준히 강조해왔던 과제의 필요성을 재차 확인하면서 국민적 협조와 지지를 당부한 것이다.
일각에선 박 대통령의 이러한 국정운영 방향에 대해 ‘새로운 비전이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 일고 있지만, 박 대통령은 최근 청와대 내부 회의석상에서 이러한 비판을 단번에 일축했다고 청와대의 한 관계자가 18일 전했다.
집권 초반 모든 사람이 지혜를 짜내 어렵게 뽑아낸 기존의 국정과제를 끊임없이 일관되게 밀고 나가야 하며 외부지적에 흔들리지 말고 확신을 갖고 과제를 추진할 것을 강하게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이 이처럼 ‘선택과 집중’ 전략을 내세운 것은 집권 3년차 하반기 및 임기 반환점이라는 시기적 요인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세월호 참사와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 등 예기치 않은 악재에 발목이 잡힌 탓에 가시적인 국정성과를 거두지 못한 상황에서 전국 단위 선거가 없어 정치적 영향을 덜 받을 수 있는 올해가 국정성과 창출의 사실상 마지막 기회라는 상황인식이 담겨있다는 것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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