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거리 로켓 발사 우려로 당국 회담 성사도 불투명
다음 달 10일 북한의 노동당 창건 70주년을 앞두고 남북 민간교류가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북한이 당 창건 70주년 계기 장거리 로켓 발사를 시사한 가운데 ‘8·25 합의’를 계기로 추진되던 10·3 개천절 남북 공동행사가 북측의 소극적인 태도로 사실상 무산됐다.
지난 18~21일 동아시안축구연맹(EAFF) 집행위원회 참석차 방북한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북한축구협회에 통일축구 행사 개최 등 남북 축구교류를 제안했지만, 북측은 즉답을 피한 것으로 전해졌다.
22일 정부 소식통 등에 따르면 북측은 노동당 창건 70주년 행사 준비 등을 이유로 민간 교류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다.
북측은 최근 남측 개천절민족공동행사준비위원회에 전통문을 보내 노동당 창건 70주년 행사 준비로 여력이 없어 개천절 남북공동행사를 개최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남측 준비위는 당초 추진하던 남측 인원의 방북이 어려우면 북측 인원이 서울을 방문하는 방식으로 공동행사를 하는 방안을 제시했으나 북측은 이에 대해서도 난색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단체는 각계 인사들로 구성된 방북단을 10월 3일 평양 단군릉에서 열리는 개천절 기념행사에 파견하고, 같은 시각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도 기념행사를 하는 방안을 추진해 왔다.
남측 준비위는 방북단 규모를 줄이는 방안 등을 재차 제안했지만, 북측의 소극적인 태도로 볼 때 개천절 남북공동행사가 성사될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북측은 대한축구협회의 남북 축구교류 제안에 대해서도 “시기가 좋지 않다. 다음에 이야기하자”라는 취지로 답하는 등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평양을 방문한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은 리용남 북한축구협회장을 만나 프로축구 K리그 올스타와 북한의 4.25 체육단의 교류전을 비롯해 U-20 월드컵 출전을 앞둔 여자대표팀의 합동훈련과 유소년팀 교류 등을 제안한 바 있다.
남북은 지난달 8·25 합의를 통해 다양한 분야에서의 민간교류를 활성화해 나가기로 합의했지만, 북측은 그 이후에도 남측 민간단체들의 교류협력 제안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여기에는 북한이 내달 10일 노동절 창건 70주년 기념행사 준비에 역량을 총동원하고 있는 것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이 당 창건 70주년을 앞두고 인공위성 확보를 명분으로 한 장거리 로켓 발사를 시사한 것도 남측 민간단체의 적극적인 남북 교류 사업 추진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 우려로 지난달 25일 남북 고위급 접촉에서 합의된 당국 회담 성사도 불투명해졌다.
우리 정부는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 가능성 등을 고려해 다음 달 10일 전에 당국 회담을 여는 방안도 고려하는 것으로 알렸지만, 북측이 장거리 로켓 등을 의제로 한 당국 회담을 수용할지는 미지수다.
노동당 창건 70주년 행사 전 당국 회담을 제안했다가 북측이 거부하면 남북대화 모멘텀을 잃게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리 정부는 신중한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이 실제 장거리 로켓을 발사하면 남북 대화를 추진하기 더 어려워지기 때문에 10월 10일 전에 당국 회담을 성사시켜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정부 당국자는 남북 당국회담과 관련 “상대가 있는 문제이기 때문에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하면서 우선순위에 따라 차분히 추진한다는 방침”이라며 10월 10일 이전에 당국 회담을 제안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정해진 것이 없다”고 밝혔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8·25 합의로 남북관계 흐름 만들어질 수 있는 면이 있지만, 장거리 로켓 등 외부 변수가 개입하면서 남북관계가 속도를 낼 환경이 조성되지 않고 있다”고 진단했다.
김 교수는 “당국회담 개최에도 남북 양측이 모두 부담을 느끼고 있다”며 “우리는 당국회담을 했을 때 이후 북한이 로켓을 발사할 가능성이 부담되고, 북한으로서도 로켓 발사 의지는 천명한 상황에서 당국회담을 하면 남측에 얽매일 수 있다는 점이 우려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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