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국회후 다시 지도체제 논란…安, 침묵으로 文에 수용압박
새정치민주연합이 내년 총선을 지휘할 지도체제 문제에 대해 좀처럼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다.문재인 대표의 ‘문안박(문재인·안철수·박원순) 공동지도부’ 구상이 무산되고, 안철수 전 대표가 제시한 ‘혁신 전당대회’를 통한 새로운 지도부 선출방안 역시 다수 공감대 확보에 실패하면서 지도체제 문제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특히 정기국회 최대 현안인 내년도 예산안이 2일 처리되면 계파 간 갈등이 고조될 것으로 예상된다.
문 대표는 안 전 대표의 혁신전대 개최 요구에 대해 가부 간 결정을 미루고 있지만 이르면 주말께 입장을 표명할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표 측 전해철 의원은 YTN 라디오에 나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문 대표는 혁신전대를 수용하기 어렵다는 뉘앙스를 풍겨온 터라 혁신전대를 고사하는 대신 혁신을 고리로 안 전 대표와 접점을 모색하는 ‘제 3의 대안’을 제시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전 의원은 “안 전 대표가 아주 구체적인 혁신안을 낸다면 얼마든지 당에서 수용하고 받아들여서 실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앞으로 당의 혁신에 대한 여러가지 협력 방안에 대해서는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당내에서 백가쟁명식으로 중재안이 나오는 상황인 만큼 지도체제의 구체적인 형태에 대해서는 문 대표가 주도적으로 안을 내놓기보다 공론을 따르는 방식이 될 공산이 커보인다.
당내에서는 비상대책위원회 구성, 통합선대위 출범, 중앙위에서 문·안을 공동대표로 합의추대 등 다양한 의견이 나오지만 어느 하나로 의견이 수렴되는 상황은 아니다.
그러나 지도체제 논란은 근본적으로 내년 총선 공천권을 행사할 지도부를 누구로 구성할 것인가라는 문제에서 출발하기 때문에 주류, 비주류 간 합의점을 찾기 쉽지 않다는 관측이 높다.
실제로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비주류 주승용 최고위원은 “내년 1월 임시전대를 열어 비상지도부를 선출하자고 제안한다. 대표가 걱정하는 혁신은 중단되지 않을 것”이라며 “분열이 걱정돼 전대를 열 수 없다는 주장은 국론이 분열되기에 선거를 없애자는 억지 주장과 같다”고 주류측 혁신전대 불가론을 비판했다.
또 기자들과 만나 “독식보다는 나눠먹는 것이 미덕이다. 골고루 의사결정에 참여해 지도부를 구성하는 것이 낫다”며 계파 수장 연합체 형태의 비상지도부 구성을 주장했다.
반면 범주류 전병헌 최고위원은 “우리 당에 승복문화가 사라지고 당 때문에 자신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 때문에 당이 존재한다는 착각에 많이 빠져있는 것 같다”고 꼬집은 뒤 “혁신전대는 사실상 어려운 일”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문안박연대와 혁신전대에서 유일한 교집합은 혁신”이라며 “기구가 대안이 아니라면 가치로 하나가 돼야 한다. 문 대표가 혁신의 가치를 한데 묶어내는 지혜와 용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안 전 대표는 국회 상임위 및 본회의 참석 외에는 공개일정을 잡지 않은 채 침묵으로 문 대표의 혁신전대 수용을 압박했다.
안 전 대표 측은 “돌아선 민심을 복원하려면 대대적 개혁이 있어야 하고 그것이 혁신전대”라며 “그래야 정통성과 권위가 생겨 혁신안 실천은 물론 당밖 세력과의 통합도 강력하게 추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안 전 대표 측은 전날 문 대표가 지난달 18일 광주에서 문안박 공동지도부 제안을 할 때 양측의 물밑접촉을 통해 안 전 대표 측 요구를 받아들인 것이라는 취지로 언급한 것에 대해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하며 강한 불쾌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안 전 대표 측은 “실무진 4~5명이 한 차례 만나 식사하는 정도의 모임은 있었지만 문안박연대를 의제로 놓고 조율하고 하는 절차는 전혀 없었다”며 “일만 틀어지면 없는 말을 지어내 신뢰를 떨어뜨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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