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틀에서”란 미측 표현 의문점…서명주체에 美정부도 빠진 점도 한계
미국 정부가 한국형 전투기(KF-X)의 21개 기술항목에 대해 수출허가(E/L) 승인을 한 데 이어 최대한 지원하겠다는 의지를 거듭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으나 의문점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국방부와 방위사업청은 9일 미국 정부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21개 항목에 대해 E/L 승인을 했고 ‘큰 틀’에서 이에 대한 기술이전을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미측은 ‘가능한 최대한도’(Maximum Extent Possible)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기술지원 의지를 재차 확인했다고 한다. 정부의 이런 설명대로라면 미측의 기술지원 문제는 더는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4개 핵심기술을 받을 수 있다’고 장담했다가 논란을 빚은 것처럼 너무 낙관적으로 속단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국방부와 방사청의 발표 내용을 구체적으로 뜯어보면 석연치않은 점이 일부 발견된다.
미측이 ‘큰 틀(large frame)’이란 용어를 사용하면서 21개 항목에 대해 기술이전을 하기로 했다는 부분이다. 이는 상당히 ‘외교적인 수사’로 보일 수도 있다.
21개 항목의 세부적이고 구체적인 기술을 모두 지원하겠다고 했으면 되는 일을 굳이 ‘큰 틀’이란 표현을 쓴 것은 빠져나갈 구멍을 마련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이날 오전 국회 국방위원회의 한국형 전투기(KF-X) 개발사업 리스크관리소위원회 회의에서 야당 의원들은 ‘큰 틀’이란 표현의 의미를 놓고 방사청과 설전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국방위원은 “미국 정부가 큰 틀에서 승인을 했다는 데 그것이 무슨 표현인지, 국민이 기대하듯이 21개 기술항목에 대한 확답을 받은 것인지 설명이 불충분했다”고 전했다.
그는 “미국과 어떻게 협상이 진행됐는지도 명확하고 성의 있는 보고가 이뤄지지 않았다”면서 “방사청이 한국항공우주산업(KAI)과 KF-X 계약을 체결하기 전에 회의를 한 차례 더 열어 논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에 국방부 관계자는 “21개 기술항목을 대항목으로 보면 그 아래 세항목, 세세항목으로 구분되는 데 대항목의 의미로 보면 된다”면서 “큰틀이란 표현은 양측이 모두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21개 기술항목 속의 세부적인 기술에 대해 어떤 기술을 받기로 했고, 어떤 기술은 거부됐는지에 대한 명확한 설명도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 대표단이 지난 1~3일 미국을 방문했을 때 록히드마틴 측에 ‘방대한 자료’를 제출했다고 방사청은 설명했다.
방사청 관계자는 “대략적으로 얼마의 기술을 받을 수 있다는 식으로 숫자의 개념은 머릿속에 그리고 있지만 숫자에 집착해서는 안 된다”면서 “한국에서 너무 많은 사람이 기술항목을 알고 있다는 미측의 불만이 있었다”고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방산업계 일각에서는 미측은 21개 항목 중 5~6개의 항목에 대한 세부 기술은 이전이 어렵고, 이중 3~4개 항목의 세부기술은 아예 불가하다는 의사를 표현했다는 식의 말이 돌고 있다.
이에 방사청은 “방대한 자료를 제출한 만큼 이를 구체화하는 작업이 필요하기 때문에 지금 단계에서 숫자에 집착하지 말자”고 거듭 당부했다.
미측이 21개 항목의 기술 이전을 하기로 내용을 ‘문서화’했지만, 서명 주체에 미국 정부기관이 빠진 것도 지적이 되고 있다.
문서에 서명은 미측에서 록히드마틴 3개 회사가, 우리 측에서는 방사청, 공군, KAI가 참여했다. 미국 정부 기관이 서명에 참여했으면 더 공신력 있는 문서가 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인 것이다.
방사청은 미국의 수출허가(E/L) 제도에 따른 불가피한 조치라고 설명하고 있다.
미국 수출업체가 미국 국무부에 E/L을 신청하는 미국 제도에 따른 것이란 설명이다.
방사청 관계자는 “미국 국방부와 록히드마틴 간에 서명을 통해 E/L 승인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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