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당국자 “세계 비핵화 언급은 비핵화를 안 하겠다는 의미”대남 평화공세로 심리전 중단·군사회담 제안…미군철수 주장도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제7차 노동당 대회 중앙위원회 사업총화(결산) 보고를 통해 제시한 메시지는 ‘핵-경제 병진노선 고수’로 요약할 수 있다.김 제1위원장은 경제 건설과 핵무력 건설을 동시에 추구하는 핵-경제 병진노선은 ‘항구적 전략노선’임을 분명히 밝혔다.
‘세계의 비핵화’를 처음으로 언급했지만, 핵보유국의 지위를 가지고 전 세계 비핵화를 위해 노력한다는 원론적인 차원의 발언이어서 의미를 부여하기 어렵다는 것이 우리 정부와 북한 전문가들의 평가다.
김 제1위원장의 당 중앙위 사업총화 보고는 당 대회 첫날인 6일 시작돼 둘째 날인 7일까지 이어졌다.
사업총화 기간은 1980년 10월 6차 당 대회 개최 이후 36년이며, 사상과 정치, 군사, 경제, 문화, 과학, 대남·대외 등 모든 분야가 망라됐다.
기대를 모았던 새로운 통일방안 제시 혹은 획기적인 대남·대미 제안과 새로운 경제발전 노선 제시는 없었다.
◇ 김정은 “핵-경제 병진노선은 항구적 전략노선”
김 제1위원장은 당 중앙위 사업총화 보고에서 “조선로동당은 조성된 정세와 혁명발전의 요구에 따라 경제건설과 핵무력건설을 병진시킬데 대한 전략적 로선을 제시하고 그 관철을 위하여 적극 투쟁하였다”며 “우리 당의 새로운 병진로선은 급변하는 정세에 대처하기 위한 일시적인 대응책이 아니라 우리 혁명의 최고 리익으로부터 항구적으로 틀어쥐고 나가야 할 전략적 로선”이라고 밝혔다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8일 보도했다.
그는 이어 “핵무력을 중추로 하는 나라의 방위력을 철벽으로 다지면서 경제건설에 더욱 박차를 가하여 번영하는 사회주의강국을 하루빨리 건설하기 위한 가장 정당하고 혁명적인 로선”이라고 강조했다.
김 제1위원장은 “핵무기 연구부문에서는 세 차례의 지하 핵시험과 첫 수소탄 시험을 성공적으로 진행함으로써 우리나라를 세계적인 핵강국의 전렬에 당당히 올려세우고 미제의 피비린내 나는 침략과 핵위협의 력사에 종지부를 찍게 한 자랑찬 승리를 이룩했다”고 덧붙였다.
2013년 3월 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채택된 핵-경제 병진노선은 항구적 전략노선임을 분명히 밝히는 한편, 올해 1월 6일 단행한 4차 핵실험을 치적으로 과시한 셈이다.
올해 2월 7일 실시한 장거리 미사일 발사도 자신의 집권기 성과로 제시했다.
김 제1위원장은 “력사적인 당 제7차 대회를 앞두고 주체조선의 장한 영웅들인 우리의 우주과학자들은 온 세계가 지켜보는 속에서 지구관측위성 ‘광명성-4호’ 발사의 대성공을 이룩함으로써 우리 국가의 권위와 위대한 우리 인민의 불굴의 기개를 높이 떨치였다”고 말했다.
◇ ‘세계 비핵화’ 언급…“핵 포기 안 하겠다는 뜻”
김 제1위원장이 언급한 세계 비핵화는 전세계가 핵을 포기하면 자신도 핵을 포기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됐다.
김 제1위원장은 “우리 공화국은 책임있는 핵보유국으로서 침략적인 적대세력이 핵으로 우리의 자주권을 침해하지 않는 한 이미 천명한 대로 먼저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을 것이며 국제사회 앞에 지닌 핵전파방지의무를 성실히 리행하고 세계의 비핵화를 실현하기 위하여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정부 당국자는 “책임있는 핵보유국이라고 하면서 세계 비핵화를 언급하는 것은 비핵화를 안 하겠다는 의미”라며 “세계 비핵화는 전세계가 핵을 포기하면 자기도 포기하겠다는 뜻”이라고 분석했다.
김 제1위원장이 “우리는 제국주의의 핵위협과 전횡이 계속되는 한 경제건설과 핵무력건설을 병진시킬데 대한 전략적로선을 항구적으로 틀어쥐고 자위적인 핵무력을 질량적으로 더욱 강화해나갈 것”이라고 밝힌 대목도 이 당국자의 해석을 뒷받침하고 있다.
다른 정부 당국자는 선제 핵공격은 하지 않겠다는 김 제1위원장의 발언에 대해서는 “과거에도 북한이 하던 말로 의미를 부여하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 대남 평화공세…새로운 통일방안 제시는 없어
김 제1위원장은 “조국통일을 실현하는 것은 나라와 민족의 운명을 책임진 우리 당 앞에 나선 가장 중대하고 절박한 과업”이라고 대남 평화공세를 폈다.
그는 “남조선당국은 미국에 추종하여 동족을 반대하고 조선반도의 평화와 안전을 위태롭게 하는 무분별한 정치군사적 도발과 전쟁연습을 전면중지하여야 한다”며 한미 연합 군사훈련의 중단 등을 요구했다.
그러면서 “북과 남이 통일의 동반자로서 서로 존중하고 협력해나가자면 상대방을 자극하는 적대행위들을 중지하여야 한다”며 “상대방에 대한 적대행위는 불신과 대결을 조장하고 관계개선을 방해하는 기본장애물이다. 군사분계선을 사이에 두고 벌어지는 심리전방송들과 삐라살포를 비롯하여 상대방을 자극하고 비방중상하는 일체 적대행위들을 지체없이 중지하여야 한다”며 심리전 중단도 제안했다.
남북 간 군사적 긴장상태를 완화하기 위한 군사회담의 개최를 제안하기도 했다.
김 제1위원장은 “지금처럼 북남 군사당국간 의사통로가 완전히 차단되여있고 서로 총부리를 겨눈 첨예한 상태가 지속된다면 언제 어디서 무장충돌이 벌어질지 모르며 그것이 전쟁으로 번져지는 것을 막을 수 없다”며 “북과 남은 군사분계선과 서해열점지역에서부터 군사적 긴장과 충돌위험을 줄이기 위한 실질적인 조치를 취하며 군사적 신뢰분위기가 조성되는데 따라 그 범위를 확대해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조선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위하여 우선 북남군사당국 사이의 대화와 협상이 필요하다고 인정한다”며 “북남군사당국 사이에 회담이 열리면 군사분계선일대에서의 충돌위험을 제거하고 긴장상태를 완화하는 것을 비롯하여 호상 관심사로 되는 문제들을 포괄적으로 협
의, 해결해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통일방안에 대해서는 1980년 제6차 노동당 대회 때 김일성 당시 주석이 제시한 ‘고려민주연방공화국 창립방안’을 언급했을 뿐 새로운 방안을 제시하지는 않았다.
김 제1위원장은 미국을 향해서는 “시대착오적인 대조선적대시 정책을 철회하여야 하며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바꾸고 남조선에서 침략군대와 전쟁장비들을 철수시켜야 한다”며 평화협정 체결과 주한미군 철수를 요구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