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아베총리 국교정상화 기념행사 참석으로 분위기 호전”
주유엔대사로 내정돼 이임을 앞둔 벳쇼 고로(別所浩郞·63) 주한 일본대사는 17일 연합뉴스와의 서면인터뷰에서 “부임 시 일한 양국의 친구들로부터 ‘일한관계가 더 이상 나빠질 일은 없다. 앞으로 좋아지기만 할 테니 행운아다’라는 말을 들었다”면서 2012년 10월 부임 당시 최악의 상황이었던 한일관계를 회고했다.그는 지난해 국교정상화 50주년을 맞아 한일관계가 미래를 향해 노력해 가자는 기운이 일어났다고 평가하며, 향후 양국관계에 대해서도 기대감을 나타냈다.
벳쇼 대사는 오는 22일께 이임할 것으로 알려졌다.
다음은 벳쇼 대사와의 서면인터뷰 주요 내용.
-- 이임을 앞둔 현재 3년 8개월째 재임하고 있다. 비교적 장수대사인데 그간 소감은.
▲부임할 때는 언제까지 근무하게 될지 별로 의식하지 않았지만, 일한 국교정상화 50주년을 맞는 2015년은 부임 당초부터 의식하고 있었다. 역대 대사와 비슷한 재임 기간이었다면 2015년을 마지막까지 지켜볼 수 없었겠지만 비교적 장기간 역임하다 보니 일한 국교정상화 50주년을 끝까지 지켜볼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일한기본조약이 서명된 (지난해) 6월 22일에 열린 (주한일본) 대사관 주최 행사에 박근혜 대통령께서 참석해 주셨고 거의 같은 시간 도쿄(東京)에서 (주일 한국대사관 주최로) 열린 행사에 아베(安倍) 총리가 참석하셔서 이때까지와는 달리 일한 관계의 분위기가 호전된 일, 그 후 11월에는 3년 8개월 만에 서울에서 ‘일한 정상회담’이 열린 일, 또 연말에는 현안이었던 위안부 문제에 관한 일한 합의가 양국 외상에 의해 발표된 일 등이 인상적이었다.
-- 작년 국교정상화 50주년을 맞아 양국관계가 전기를 맞았다는 견해가 많다. 부임 당시와 비교해, 양국관계에 어떤 변화와 진전이 있었다고 보나. 재임 중 가장 보람을 느낀 일, 아쉬웠던 점은. 앞으로 양국의 과제는.
▲부임 시 일한 양국의 친구들로부터 ‘일한 관계가 더 이상 나빠질 일은 없다. 앞으로는 좋아지기만 할 테니 자네는 행운아야’라는 말을 들었다. 2015년에는 국교정상화 50주년을 맞아 미래를 향해 노력해 가자는 기운이 일어나 의지 강한 양국의 리더가 2015년 내내 관계개선에 나섰다. 일한 관계가 발전하려면 양국 정부가 합의해 같은 방향으로 움직일 필요가 있는데, 2015년 내내 양국 정부는 이를 확인해왔다. 따라서 앞으로도 양국관계는 좋은 방향으로 나아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아주 작은 일에서도 보람을 느꼈다. 정부 간의 큰 교섭에서도, 지방 소도시나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한 강연에서도 이는 변함이 없다. 주변에서는 결과의 대소를 비교하려 들지도 모르겠지만, 내게는 예를 들면 강연을 통해 학생들에게 일본을 이해시키는 일도 대사로서 매우 큰 임무라고 생각한다. 아쉬웠던 점은 본디 탄탄해야 할 양국관계가 탄탄하지 못하다는 점이다. 다만 향후의 일한 관계에 대해서는 기대감을 가지고 있다.
앞으로의 과제는 공동의 이익 추구를 통한 더욱 단단한 신뢰관계의 구축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생각의 바탕에는 유럽의 경험이 깔렸다. 유럽연합(EU)의 외교책임자인 페데리카 모게리니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유럽의 여러 나라는 제2차 세계대전 후 공동의 이익을 함께 추구했고, 이를 달성했을 때 신뢰관계가 형성됐다고 말한 적이 있다. 일본과 한국은 안보와 경제 등 다양한 분야에 공동의 이익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공동의 이익을 함께 추구함으로써 더욱 단단한 신뢰관계가 형성되고 일한 관계도 발전해 갈 것으로 생각한다.
-- 부임 후부터 지금까지 양국의 지방 및 청소년 교류에 큰 관심을 보여 오셨다고 들었다. 인상적이었던 에피소드가 있으면.
▲향후의 일한 관계 맥락에서 보면 양국 국민의 상호 이해가 필수적인데 상호 이해를 위해서는 양국의 미래를 짊어질 청소년 교류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해마다 서울에서 열리는 ‘한일 축제한마당’에는 많은 양국 젊은이가 자원봉사자로 참여하고 있고, 일한 교류행사를 위해 땀을 흘리고 있어 참으로 마음이 든든하다. 행사의 피날레에는 관객, 출연자, 자원봉사자 등 모든 관계자가 하나 되어 춤을 출 기회가 있는데, 나도 젊은이들과 더불어 춤을 즐겼던 것이 좋은 추억이 됐다.
청소년 교류가 중요한 이유는 어느 한국인 여학생이 내게 했던 ‘어른들이 한 말을 곧이곧대로 믿을 수는 없다. 그렇지만 일한 교류를 통해 만난 친구들과 더불어 대화를 나누다 보니 내 나름의 결론을 얻었다’는 말에 단적으로 드러나 있다. 고정관념에 붙들리지 않고 스스로 보고 스스로 생각하려는 젊은이의 모습을 보면 일한 관계의 장래가 밝을 것으로 생각된다.
지방 간 교류도 상호 이해에 있어 매우 중요하다. 일한 간 자매도시 결연 건수는 내가 부임할 당시 151건이었으나 지금은 160건이 되었고 계속 늘어나고 있다. 국가와 국가 간의 관계도 결국은 사람과 사람의 교류, 지방과 지방의 교류이다. 인적 교류와 자매도시 결연이 더욱 늘어나기를 바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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