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 도중 3∼4차례 기침…정무·홍보수석 출신들 자리 지켜
이명박 전 대통령이 17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자신과 관련된 검찰의 수사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손형준 기자 boltagoo@seoul.co.kr
손형준 기자 boltagoo@seoul.co.kr
이 전 대통령은 이날 오후 5시 30분이 되자 검은색 정장 차림으로 강남구 삼성동 사무실 내에 사전에 설치돼 있던 카메라 앞에 섰다.
이 자리에서 이 전 대통령은 총 750자의 성명서를 직접 읽어 내려갔다.
성명서 발표는 정확히 3분 동안 이어졌고, 발표 뒤에는 취재진의 질문을 따로 받지 않은 채 자리를 떴다.
이 전 대통령은 “저는 매우 송구스럽고 참담스러운 심정으로 이 자리에 섰다”는 말로 자신의 심경을 표현하는 것으로 입장 발표를 시작했다.
현재 진행 중인 검찰 수사에 대해서는 ‘정치공작’, ‘정치보복’, ‘짜맞추기식 수사’ 등의 표현을 동원해 비판을 가했다.
그러면서 “저의 재임 중 일어난 모든 일의 최종 책임은 저에게 있다”며 “‘더 이상 국가를 위해 헌신한 공직자들을 짜맞추기식 수사로 괴롭힐 것이 아니라 나에게 물어라’라고 하는 것이 저의 오늘의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이 전 대통령은 성명을 발표하는 동안 서너 차례 기침했고 이 때문에 목이 잠겨 중간중간 성명서 낭독을 멈추기도 했다.
이에 대해 한 관계자는 “이 전 대통령이 (성명을 발표하는) 마지막에 울컥하셔서 목이 메고 했다”며 말했다.
마지막 부분에서는 사전 배포 원고에는 없던 발언을 하기도 했다.
이 전 대통령은 “평창 올림픽을 어렵게 유치했다”며 “우리의 국격을 다시 한 번 높일 수 있는 그런 좋은 계기가 되기를 소망한다”고 밝혔다.
이날 성명서는 이 전 대통령이 발표 전에 직접 다듬은 것으로 전해졌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저희(참모)가 아침부터 모여 상황을 점검하고 문안도 좀 다듬었는데, 마지막은 대통령께서 직접 원고를 다듬어 발표했다”고 전했다.
이날 기자회견장에는 정무수석 출신 맹형규 전 행정안전부 장관과 김효재 전 정무수석, 이동관·김두우·최금락 전 홍보수석, 장다사로 전 총무기획관, 김상협 전 녹색성장기획관 등 이명박 정부 청와대 핵심 참모들이 자리를 지켰다.
성명서 발표가 끝난 뒤 별도의 질의·응답 시간은 없었다.
다만 감기에 걸린 이 전 대통령은 성명서 발표 직후 사무실 내 세면실에서 손을 씻고 나와 현장에 있던 기자들과 차례로 악수했다.
이 전 대통령이 최근의 검찰 수사에 대해 직접 성명서를 발표하는 형태로 입장을 밝힌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이 전 대통령이 성명서 발표 후 건물 밖으로 나갈 때 질문을 위한 취재 경쟁이 벌어지면서 취재진과 경호 관계자들 사이에 고성이 오가는 등 다툼이 벌어지기도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