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오가며 대화 성사시킨 ‘산파역’ 정의용·서훈

북미 오가며 대화 성사시킨 ‘산파역’ 정의용·서훈

김태이 기자
입력 2018-03-09 12:56
수정 2018-03-09 1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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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특사로 방북, 남북정상회담 개최 합의 등 기대 이상 성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간 북미정상 회담을 현실로 이끌어낸 주역은 정의용 국가안보실장과 서훈 국가정보원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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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용(오른쪽) 국가안보실장과 서훈 국정원장. 사진공동취재단
정의용(오른쪽) 국가안보실장과 서훈 국정원장.
사진공동취재단
두 사람은 ‘절대 핵을 포기할 수 없다’고 외치던 북한과 ‘대화의 조건은 핵 폐기’임을 굽히지 않던 미국을 오가며 역사적인 북미대화의 ‘산파’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두 사람은 지난 5∼6일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 특별사절 대표단으로 천해성 통일부 차관, 김상균 국정원 2차장, 윤건영 청와대 국정상황실장과 함께 평양을 방문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을 방문했다. 수석 특사의 중임은 정 실장에게 맡겨졌다.

문 대통령은 미국 백악관과 직접 소통이 가능한 정 실장을 통해 미국과 긴밀한 접촉을 유지하고, 대북 접촉 경험이 풍부한 서 원장을 통해 김 위원장과의 대화를 원활히 풀어나갈 수 있도록 ‘정의용·서훈 투톱’을 내세운 것이다.

문 대통령의 기대대로 정·서 ‘콤비’는 김 위원장을 만나 예상을 웃도는 성과를 거두고 돌아왔다.

김 위원장으로부터 한반도 비핵화와 북미대화에 대한 의지를 확인한 것은 물론, 다음 달 말 판문점 내 우리측 구역인 ‘평화의집’에서 남북정상회담을 개최한다는 합의를 끌어낸 것이다.

김 위원장은 또 남북 정상 간 핫라인을 설치하고 4월말 정상회담 전 첫 통화를 하기로 하는 한편, 대화가 지속되는 동안 핵·미사일 실험 등 전략도발이 없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북측으로부터 파격적이라고 할 수 있는 대답을 받아낸 데 그치지 않고 두 사람은 북한에서 돌아온 지 불과 이틀 만인 8일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트럼프 대통령을 직접 만나 김 위원장의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서였다.

미국행에 앞서 정 실장은 6일 춘추관 브리핑에서 “미국에 전달할 북한 입장을 저희가 별도로 추가로 갖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에 두 사람이 북에서 들고온 ‘보따리’ 안에 어떤 내용이 들어있을지에 이목이 쏠렸다.

두 사람이 이날 백악관에서 펼친 ‘보따리’에는 ‘핵·미사일 실험을 자제할 것이며,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기를 희망한다’는 김 위원장의 분명한 의사가 담겨 있었다.

이를 확인한 트럼프 대통령은 “항구적 비핵화 달성을 위해 김 위원장과 올해 5월까지 만날 것”이라고 화답했다.

이로써 지난해 북한이 핵실험과 미사일 도발을 감행하고 미국이 선제공격을 거론하는 등 일촉즉발의 상황 속에서도 줄곧 한반도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강조해오던 문재인 정부는 ‘살얼음판’을 무사히 지나 ‘북미대화’라는 목적지의 목전까지 도달하는 데 성공했다.

이 과정에서 두 사람은 문 대통령의 ‘메신저’로서의 역할은 물론,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 간 징검다리 역할도 수행한 것으로 평가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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