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 현장] “검사장 모시고 갈수 없다 생각” vs “절차적 정의 세우는 것이 법도”

[국감 현장] “검사장 모시고 갈수 없다 생각” vs “절차적 정의 세우는 것이 법도”

입력 2013-10-22 00:00
수정 2014-06-10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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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사위 ‘윤석열 항명’ 검찰 조직 간 폭로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21일 서울고검·중앙지검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는 이른바 ‘윤석열 항명’을 놓고 검찰 조직 간 이례적인 폭로전이 벌어졌다.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과 관련해 절차 위반 및 지시 불이행으로 특별수사팀장이 교체되며 불거진 이번 파동은 조영곤(55) 서울중앙지검장과 윤석열(53) 수원지검 여주지청장 사이의 날 선 공방으로 이어졌다.

윤 지청장은 이날 국정원 직원들에 대한 압수수색 등을 사전에 조 지검장에게 보고했다고 말하며, 공소장 변경 신청에 대해서도 “지난 17일 (국정원)직원들을 체포해 조사하던 중 빨리 돌려보내라는 지시가 내려와서 사안이 중하기 때문에 수사에 협조하지 않으면 하룻밤 재우거나 구속 수사해야 한다고 박형철 부장(서울중앙지검 공공형사부장)을 통해 보고했다”고 밝혔다. 이어 “직무배제 명령을 받게 된 것에 불만은 있었지만 수용했다. 그러나 이렇게 외압이 들어오는 걸 보니 기소도 제대로 못 하겠다는 판단이 들었다”며 “검사들은 수사팀을 자꾸 힘들게 하고 도가 지나치게 따지고 들면 외압이라고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윤 지청장은 “이 사안이 잘 마무리만 되면 어떤 불이익이라도 감내할 것”이라고 단호한 입장을 피력했다.

이에 대해 조 지검장은 “지난 15일 밤 (윤 지청장이) 찾아왔을 때 보고서를 갖고 있지 않은 상태에서 나중에 보여 줬다. 당시 시간이 늦은데다 그 자리에서 결정할 내용이 아니라서 ‘시간이 늦었으니 검토를 해 보자’고 돌려보냈다”고 답했다. 외압설과 관련해서는 “보고 절차를 사소하게 생각하거나 힘들고 귀찮다고 여기는 건 잘못된 것”이라면서 “(거쳐야 할 절차를) 외압이라고 느꼈다면 그렇게 느낀 검사도 문제가 있다. 그건 자기 주장을 관철할 힘이 없거나 의지가 없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정의당 서기호 의원이 보고 내용에 대한 조 지검장의 답변 내용을 묻자 윤 지청장은 “지검장께서 격노하셨다. ‘정치적으로 이걸 얼마나 야당이 이용하겠나. 그러면 내가 사표를 내겠다’고 하셔서, 검사장을 모시고 계속 이 사건을 끌고 나가기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에 국감장이 삽시간에 술렁이기도 했다. 윤 지청장은 “문제가 있다면 저에 대해 조사나 감찰을 하면 되지, 전혀 보고도 못 받은 것처럼 언론 플레이를 하며 수사 자체를 불법인 듯 말하는 것은 수사를 책임지는 분이 할 말이 아니다”라며 노골적으로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기도 했다.

이에 조 지검장은 “검찰은 검사 한 사람의 조직이 아니다. 조그만 흠결도 없도록 하기 위해 절차적 정의를 세우는 것이 법도”라면서 “나는 격노할 사람이 아니다. 이번 같은 경우에 그걸 허가할 검사장은 없다고 생각된다”고 못 박았다. 조 지검장은 “나는 윤 지청장을 믿었다. 항명이라는 모습으로 가리라곤 상상도 못했다”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그러나 윤 지청장의 수사팀장 복귀에 대해선 “직무배제는 유지하는 게 맞다. 책임질 일이 있다면 책임지겠다”고 강경한 모습을 보였다.

윤 지청장은 수사팀을 지휘해 온 이진한 2차장과의 갈등도 표출했다. 이 차장은 “내가 공보와 수사총괄 책임을 맡고 있고 보고라인에 있다”고 했다. 그러나 윤 지청장은 ‘이 차장이 수사총괄 책임자가 맞냐’는 민주당 박범계 의원의 질문에 “전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여야 의원들 역시 두 사람의 입장에서 날 선 공방을 벌였다. 새누리당 김회선 의원이 “윤 지청장은 여주지청장 자격으로 나왔는데, 수사 과정에서의 일을 국감장에서 얘기하도록 하는 건 합당치 않다”고 말하자, 민주당 박범계 의원은 “해가 중천에 떠 있는데 보지 말라는 말씀이냐”며 맞받아쳤다. 새누리당 정갑윤 의원은 윤 지청장을 겨냥해 격앙된 목소리로 “자신을 있게 해 준 조직에 나갈 때에도 고춧가루 다 뿌리고 가는 게 대한민국 검찰이다. 정말 시정잡배보다도 못한 조직”이라고 말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박영선 위원장은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이라는 수필집에 나오는 내용을 느낄 수 있게 하는 국정감사”라면서 “세상에 낮과 밤이 있다. 선거결과 박근혜 후보가 당선되고 문재인 후보가 낙선했는데 만약 반대의 상황이었다면 어땠겠냐는 시각도 있다”고 꼬집었다.

최지숙 기자 truth173@seoul.co.kr

2013-10-22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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