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독재자 애도 신중해야” 中 “친밀한 친구… 애도”
국가 간에 오가는 외교적 수사(diplomatic rhetoric)는 한껏 예의를 차린 말이어서 곰곰이 따져봐야 숨은 뜻을 읽을 수 있다. 지난 19~20일 발표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사망에 대한 한국과 미국, 중국의 공식 입장은 외교적 수사의 극치였다. 중국은 깊은 애도의 뜻을 밝혔지만 한국과 미국은 ‘위로’와 ‘걱정’이라는 어정쩡한 단어를 선택했다.애도는 죽은 사람의 지나온 행적을 기리고 그를 잃은 슬픔을 표현하는 단어다. 국가 지도자가 사망하면 그 유족과 국민에게 유감의 뜻을 전할 때 쓰인다. 중국은 마자오쉬 외교부 대변인의 논평을 통해 “김 위원장은 북한 인민들의 위대한 지도자이자 중국 인민들의 친밀한 친구였고 북한의 사회주의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며 애도했다
반면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은 20일 “북한 주민들의 안녕을 깊이 우려한다.”고 밝혔고, 우리 정부의 류우익 통일부 장관은 “북한 주민들에게 위로의 뜻을 전한다.”고 발표했다. 김 위원장의 과거 행적에 대해선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 크리스토퍼 힐 전 미 국무부 차관보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지구상에서 가장 독재적인 정권 관계자의 사망에 애도를 표하는 것은 매우 신중해야 하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1994년 김일성 북한 주석이 사망했을 때는 상황이 다소 달랐다. 빌 클린턴 당시 미 대통령은 “미 국민을 대신해 북한 주민들에게 진심으로 애도의 뜻을 표한다. 김 주석이 미국과 회담을 재개하도록 지도력을 보여준 데 감사한다.”며 조의를 전했다.
한 나라의 존경받는 지도자가 사망하면 각국은 애도의 뜻을 전한다. 1997년 중국의 최고 실력자 덩샤오핑 사망 소식에 클린턴 당시 미 대통령은 “슬픔을 느낀다. 그는 세계무대의 탁월한 인물이었다.”며 애도했다. 2009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서거하자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민주주의와 인권을 옹호한 용감한 투사였던 김 전 대통령의 서거를 애도한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오달란기자 dallan@seoul.co.kr
2011-12-22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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