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4년 속초해전 재조명] “라디오뉴스로 교전소식 듣고 11년만에 남편실종 통보받아 애들 키우느라 온갖 일 다해”

[1974년 속초해전 재조명] “라디오뉴스로 교전소식 듣고 11년만에 남편실종 통보받아 애들 키우느라 온갖 일 다해”

입력 2013-06-28 00:00
수정 2013-06-28 0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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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3함장 아내 강정숙씨

863함장 아내 강정숙씨
863함장 아내 강정숙씨
“근처에 살고 있던 남동생이 집으로 막 달려와서는 라디오 틀어 보라고 소리치는 거예요. 863함이 교전 중이라고 해서 구조돼 살아 돌아올 줄 알았습니다.”

당시 해경 863함 함장의 아내 강정숙(66)씨는 27일 “라디오로 뉴스를 듣는 순간 제 정신이 아니었다”고 회고했다. 한 살배기 작은아들은 친정에 맡기고, 3살 된 큰애만 데리고 무작정 김포공항에서 속초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그러나 안개 때문에 착륙이 안 돼 회항을 해야 했다. 소리를 내 엉엉 울자 부기장이 “왜 그러냐”고 물었다. 자초지종을 말했더니 당시 함께 탔던 한 신문기자가 서울로 되돌아가 신문사 차량으로 다시 오자며 위로했다. 밤늦게 속초에 도착했다. 여관에 묵으며 매일매일 울고 불며 무사히 돌아오기만 기다렸다. 이렇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겠지만 두 아이를 키우며 지금까지 어떻게 살아왔는지 잘 모르겠어요.”

실종자 18명 모두 어딘가에 살아 계실지 모른다고 생각했었다. 11년 만인 1985년 돌아온 소식은 법원에서 실종자로 확정돼 이제 급여가 중단됐다는 소식뿐이었다. 갑자기 생계가 막막해졌다. 미장원, 신발가게, 한식당 등 별의별 일을 다 해 봤다. 그래도 고생이라고 생각지는 않았다. 다만 아이들이 아버지 사랑을 한 번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성장한 게 너무도 가슴이 미어진다. 처음에는 정부와 해경이 관심을 많이 가져 줬으나 그해 8월 육영수 여사 저격 사건 후 모든 관심과 지원이 끊어졌다. “우리 신랑은 침착하고 지적이었요. 많이 떨어져 지냈던 게 아쉽고 그립네요.”

한상봉 기자 hsb@seoul.co.kr

2013-06-28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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