톈안먼 성루 위 朴대통령… 한·중 새 시대로

톈안먼 성루 위 朴대통령… 한·중 새 시대로

이지운 기자
입력 2015-09-04 00:04
수정 2015-09-04 0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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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년 전 김일성·마오쩌둥이 선 자리 시진핑과 함께 ‘中 열병식’ 첫 참관

박근혜 대통령이 3일 톈안먼 성루에 섰다. 대한민국 정상으로 최초다. 역사의 반전이다. 김일성 북한 국가주석이 1954년 마오쩌둥(毛澤東) 국가주석과 함께 섰던 그곳이다. 왕권과 힘의 상징인 자색(紫色) 성루에 오른 박 대통령의 황금색 재킷은 보색처럼 도드라지면서 ‘새로운 한·중 관계’를 상징적으로 드러냈다.

박근혜 대통령을 비롯한 각국 정상들이 3일 중국 베이징 텐안먼 광장에서 열린 ‘항일 전쟁 및 세계 반파시스트 승전 7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해 열병식을 지켜보며 박수를 치고 있다. 오른쪽부터 후진타오, 장쩌민 전 중국 국가주석, 시진핑 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박 대통령,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 이슬람 카리모프 우즈베키스탄 대통령,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유순택 여사 내외. 베이징 안주영 기자 jya@seoul.co.kr
박근혜 대통령을 비롯한 각국 정상들이 3일 중국 베이징 텐안먼 광장에서 열린 ‘항일 전쟁 및 세계 반파시스트 승전 7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해 열병식을 지켜보며 박수를 치고 있다. 오른쪽부터 후진타오, 장쩌민 전 중국 국가주석, 시진핑 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박 대통령,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 이슬람 카리모프 우즈베키스탄 대통령,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유순택 여사 내외.
베이징 안주영 기자 jya@seoul.co.kr
이날 ‘항일전쟁 및 세계 반파시스트 전쟁 승전 70주년’ 행사에서 북·중 혈맹의 흔적은 찾기 어려웠다. 북한 대표 최룡해 노동당 비서는 행사의 숨은 연출자인 중국중앙TV로부터 거의 외면당했다. 성루 위의 끝 편 그의 자리는 냉랭한 북·중 관계의 현주소를 보여줬다. 6·25전쟁 휴전 직후인 61년 전 신중국 건국 5주년 기념식에서 김일성과 마오 주석이 ‘항미원조’(抗美援朝)의 혈맹을 과시한 그 자리에는 박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주석이 10년 인연의 ‘라오펑여우’(朋友·오랜 친구)로 나란히 섰다. 열병식에 앞서 기념 촬영 뒤 성루까지 100미터가량 걷는 길에 박 대통령과 시 주석이 담소를 나누는 장면은 전 세계로 송출됐다.

1954년 톈안먼 성루 위 김일성과 마오쩌둥
1954년 톈안먼 성루 위 김일성과 마오쩌둥 1954년 10월 1일 마오쩌둥(오른쪽) 중국 국가주석이 베이징 톈안먼 성루에서 김일성(오른쪽 두 번째) 북한 내각 수상과 함께 열병식을 지켜보고 있다. 61년이 지난 3일 같은 장소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함께 전승절 열병식을 참관했다.
연합뉴스
손님으로는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시 주석의 오른편 가장 가까운 곳에 섰다. 박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 다음이었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 정상은 없었다. 과거 소련의 니키타 흐루쇼프, 베트남의 호찌민 등 사회주의 이웃들만이 초대에 응한 것은 61년 전이나 차이가 없었다. 박 대통령과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아니었다면, 성루 위의 친구들은 그대로일 뻔했다. 중국은 박 대통령의 방문을 크게 기뻐하고 환영했다.

같은 듯, 다른 듯 61년의 시차를 두고 톈안먼의 성루는 이처럼 복잡한 모습을 드러냈다. TV 화면은 동북아 관계가 새로운 길로 나아가고 있음을 확인시켜 주었으나, 그 방향이 어디인지는 더욱 모호해졌음을 느끼게 했다. 중국과 시 주석의 메시지부터 복합적으로 중층적이다. 신중국 성립 이후 국경절이 아닌 날 처음으로 거행한 열병식을 통해 엄청난 물량의 무기를 공개하고는 병력 감축을 발표했다. 열병식은 중국이 내부적으로 어떤 힘을 축적해왔는지도 보여주었다. 한 때 불참설이 나돌던 장쩌민·후진타오 전 국가주석 등 원로들도 모두 모습을 드러냈다. 힘을 드러내지 않겠다던 중국이 본격적인 ‘굴기’를 대내외에 공식적으로 과시한 이날, 7년여 공전됐던 6자회담의 재개를 위해 “한·미·중, 한·미·일 대표가 조만간 회동할 것”으로 발표됐다.

베이징 이지운 기자 jj@seoul.co.kr

2015-09-04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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