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장 1개 규모 살상력 큰데… 軍, 좌표 오입력 교차검사 없었다

축구장 1개 규모 살상력 큰데… 軍, 좌표 오입력 교차검사 없었다

류재민 기자
류재민 기자
입력 2025-03-07 02:01
수정 2025-03-07 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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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F-16 전투기 오폭 왜

작전 과정 모두 조종사 혼자 확인
1번기 따라 2번기도 동시투하 추정
좌표 제대로 설정한 2번기도 오폭
출격 시 조종사 실수 방지대책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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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군은 6일 오전 10시 4분 경기 포천시 이동면 일대에서 발생한 KF-16 전투기 폭탄 오폭 사고가 조종사의 ‘좌표 오입력’에 의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어마어마한 살상력을 가진 폭탄을 떨어뜨리면서 좌표를 ‘교차검사’하는 과정은 없었던 것이다.

공군 측은 이날 오후 언론 브리핑에서 “조종사의 진술을 통해 비행 준비 과정에서 좌표를 잘못 입력한 것으로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기체 결함 등 다른 가능성에 대해서는 추가 조사를 통해 밝힐 계획이다.

공군에 따르면 폭탄 투하가 이뤄지기까지는 세 단계를 거친다. 우선 탑승 전 조종사가 키보드를 이용해 장비에 표적 좌표를 입력한다. 이어 조종사는 해당 장비를 전투기에 업로딩한 뒤 맞게 입력됐는지 1차 확인하고 공중에서도 추가로 확인하고 임무를 수행한다. 폭탄 투하 후에는 육안으로도 확인해야 한다.

좌표 입력 실수 이후 수정할 기회가 두 차례나 더 있었는데 놓친 것은 안일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군 측은 “체크하는 과정에서 본인이 맞게 입력했다고 생각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훈련 장소인 승진과학화훈련장에서 폭탄이 떨어진 포천시 이동면 노곡리 낭유대교 인근까지는 직선거리로 약 8㎞ 정도 떨어져 있다. 하지만 공군은 공중에서 이 정도 거리는 식별이 어렵다고 설명했다. 정확히 어느 정도 높이에서 투하됐는지는 조사가 필요하지만 계획된 고도는 4000피트(약 1.2㎞)였다.

투입된 KF-16 두 대에서 모두 비정상 투하가 이뤄진 것도 의문이다. KF-16 1번기·2번기 조종사 모두 위관급으로 각각 400시간, 200시간 이상의 비행 경험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번기 조종사는 제대로 된 좌표를 입력해 놓고도 1번기를 따라 오폭했다. 공군 관계자는 “1번기가 발사하면 동시에 2번기가 발사해 2번기의 좌표는 큰 의미가 없다”며 “2번기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는 조금 더 확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해당 조종사들의 건강 상태나 음주 여부 등에 대해서도 추가로 확인하겠다고 전했다.

사고 발생 후 발표가 늦은 것과 관련해 공군 관계자는 “항공기가 임무 현장에 폭탄을 투하해야 하는데 투하하지 않아서 그때부터 폭탄을 찾기 시작했고 연합훈련이라 우리 폭탄이 맞는지도 확인이 필요했다. 항공기 관제에 대한 부분도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고 해명했다.

공군 전투기 출격 작전 시에 조종사의 실수를 방지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좌표 입력과 관련해 지휘통제실이든 다른 조종사의 확인이든 교차검사하는 과정이 없다. 이대로라면 언제든 같은 사고가 발생할 위험이 있다. 혹여 조종사가 작정할 경우에도 막을 방도가 없다. 이영수 공군참모총장은 “이번 사고를 계기로 항공무장을 다루는 모든 요원들에 대한 일제 안전교육을 실시하고 확인 절차를 보완하겠다”고 말했다.

사고 지점에 떨어진 MK-82는 227㎏(500파운드)급 범용 폭탄이다. 통상 87~88㎏ 트리토날 폭약이 충전돼 있으며 조종사가 수동으로 버튼을 누르면 떨어지게 돼 있다. 지면 탄착 시 폭파구는 직경 10m·깊이 3m 정도다. 폭탄 1개가 터지면 건물이나 교량을 정밀 타격하고 파편 등이 주변에 피해를 주면서 최대 피해 반경은 축구장 1개 규모에 이른다. 또한 유도 장치 등을 부착해 운용할 수 있지만 이번 사고에 사용된 폭탄에는 그 같은 장치가 없었다.
2025-03-07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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