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실험용 경수로 건설 의도는?

北 실험용 경수로 건설 의도는?

입력 2010-11-13 00:00
수정 2010-11-13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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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영변 핵시설에 발전용량 25∼30㎿(메가와트)의 실험용 경수로를 건설하고 있다고 최근 방북한 미국의 핵전문가에게 밝힌 것은 핵무기 개발의 전제가 되는 우라늄 농축을 계속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해 미국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려는 의도로 보인다.

 그동안 북한이 공언해온 ‘자체 핵연료로 가동되는 경수로 건설’을 현실화함으로써 대북제재를 주도하는 미국을 압박하는 카드로 활용한다는 것이다.

 최근 영변 핵시설에 굴착공사가 이뤄지는 등 새 건물을 짓는 움직임이 포착됐다는 보도는 여러 번 있었지만 실험용 경수로가 건설 중이라는 보도는 처음이다.

 최근 방북했던 로스앨러모스 핵 연구소장을 지낸 지그프리드 헤커 박사에 따르면 실험용 경수로는 이제 막 지어지기 시작했고 완공까지는 수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데,한국의 표준형 원자로가 1천㎿임을 감안하면 북한의 실험용 경수로는 30분의 1 정도에도 미치지 못하는 규모다.

 북한의 기술 수준은 아직 가늠할 수 없는 형편이지만 북한으로서는 실험용 경수로 건설로 우라늄 농축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과시하는 한편,국제적 대북 금융제재를 주도하는 미국을 압박하고 6자회담 재개 논의를 가속화하려는 의도가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은 지난해 4월말 외무성 대변인 성명을 통해 “경수로 발전소 건설을 결정하고 첫 공정으로 핵연료를 자체로 생산보장하기 위한 기술개발을 지체없이 시작할 것”이라고 밝혀 우라늄 농축 기술개발에 들어갈 것임을 시사했다.

 이후로도 올해 3월 미국의 ‘기다리는 전략’을 언급하면서 “2010년대에는 자체 핵연료로 돌아가는 경수로 발전소가 대답이 될 것”이라고 응수하는 등 계속해서 우라늄 농축을 언급해왔다.

 한 대북전문가는 “북한이 건설한다는 실험용 경수로의 규모는 아주 작지만 우라늄 농축이 정당하다는 명분을 쌓음과 동시에 그에 대한 의지를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북한이 플루토늄 대신 우라늄 농축 기술이 필요한 경수로 쪽으로 핵문제의 방향을 설정한다는 중장기적인 측면과 미국에 협상을 촉구하는 단기적 측면으로 나누어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성훈 통일연구원 박사는 “규모가 작은 실험용 경수로라는 것이 조금 의미가 불분명한 측면이 있지만 북한의 경수로 건설 천명이 현실화하는 수순이라고도 볼 수 있다”며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을 내세워 이목을 끌고 협상을 촉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 당국자도 “북한이 경수로를 건설하겠다는 것은 일종의 시위용이라고 본다”며 “협상에서 심리적으로 유리한 고지에 서려는 측면이 강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핵무기인 우라늄탄은 천연 우라늄을 정제해 그 속에 포함된 원소 U235의 비율을 농축시켜 만든다.3∼5%의 저농축 우라늄은 경수로 원료로 쓰이고 90% 이상의 고농축 우라늄은 핵무기 개발에 사용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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