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이창기 원사…천안함이 좋다던 강태민 일병

‘아버지’ 이창기 원사…천안함이 좋다던 강태민 일병

입력 2010-04-24 00:00
수정 2010-04-24 2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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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내 돌아오지 못한 6인의 장병들…함수 실은 바지선 평택으로 이동

결국 바다에 간 남편,아들은 돌아오지 않았다.

 지난 15일 천안함 함미가 인양된 데 이어 24일 함수 부분이 인양돼 7시간가량 실종자 수색을 했지만 6명의 장병은 끝내 발견되지 않았다.

 군은 이날 오후 7시 20분께 함수 수색을 종료했다.

 ◇‘제2연평해전 영웅’ 박경수 중사

 박 중사는 지난 2002년 제2연평해전 당시 총탄을 맞고도 부상 사실도 모른 채 전투에 임했던 참군인이었다.

 모두가 그를 ‘제2연평해전의 영웅’이라고 칭했지만,동료를 구하지 못했다는 자책감에 시달리던 박 중사는 그 후 6년간 배를 타지 못하다 2008년 가족의 격려로 공포를 이겨내고 다시 배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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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동강 난 천안함의 함미와 함수가 모두 인양됐지만 실종자 6명은 끝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사진 윗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원사 이창기, 상사 최한권, 중사 박경수, 하사 장진선, 일병 강태민, 이병 정태준.  연합뉴스
두 동강 난 천안함의 함미와 함수가 모두 인양됐지만 실종자 6명은 끝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사진 윗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원사 이창기, 상사 최한권, 중사 박경수, 하사 장진선, 일병 강태민, 이병 정태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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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내 박미선씨와 초등학생 1학년 딸 하나를 둔 박 중사는 혼인신고만 하고 결혼식을 못 올려 아내에게 늘 미안해했다고 한다.

 이 때문에 박 중사는 이번 출동을 마치고 돌아오면 올해 결혼 10주년 기념으로 아내에게 면사포를 씌워주기로 약속했었다.

 사고 이후 “여자들 힘이 더 세니 믿어주세요”라며 오히려 다른 가족들을 위로하던 박 중사 부인은 남편의 시신조차 찾지 못하고 보내야 하는 현실에 차마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박 중사의 사촌형 경식씨는 “군인으로 살았으니 군인으로 명예롭게 갔으면 하는 마음에 꼭 찾았으면 했는데..”라고 씁쓸한 마음을 숨기지 못했다.

 ◇천안함의 ‘아버지’ 이창기 원사

 이 원사는 천안함 부사관들에게 아버지와 같은 존재였다.

 이 원사 후배들은 그가 작전을 펼칠 때는 엄격한 작전관이었지만,일과 후에는 부사관과 수병들의 개인적인 고민을 들어주고 함께 PC게임도 즐길 정도로 다정한 상사였다 입을 모았다.

 최원일 함장과도 인연이 남달랐다.

 이 원사의 결혼식 주례를 보기도 한 최 함장은 항상 입버릇처럼 “전투정보실에 이 원사가 들어와야 안심이 된다”고 말했다고 한다.

 5형제 중 막내를 잃은 이 원사 가족들은 한 가닥 기대를 걸던 함수에서 끝내 아무런 소식이 들리지 않자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 원사 동서는 “다들 마음이 아파서 그런지 가족들끼리도 연락을 안 하고 있다”며 “공식적인 수색은 종료됐지만,가족들이 들어가 함수를 한 번 더 보고 싶다”고 말했다.

 ◇후배들의 롤모델이었던 최한권 상사

 최 상사는 전기 직별 과정을 1등으로 수료하는 등 자신의 분야에서 늘 최선을 다해 후배들이 가장 닮고 싶은 선배 중 한 명이었다.

 최 상사는 또 지병을 앓는 아버지를 위해 우수한 학업성적에도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군에 들어왔을 정도로 효자이자 집에 들어올 때는 항상 딸 선물을 사 들고 오는 자상한 가장이었다.

 딸 보배(8)양은 앞서 아직 돌아오지 못한 아버지 최 상사에게 “아빠,나야.많이 춥지? 아빠 사랑해.아빠 기달려(기다려).내가 올 때까지 꼭 기달려(기다려)”라는 편지를 써 보는 이들에게 감동을 주기도 했다.

 추운 바다에서 아버지가 얼른 나오기만을 애타게 기다리던 딸의 기도도 보람없이 최 상사는 끝내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천안함의 ‘가수’ 장진선 하사

 장 하사는 미니홈피에 자신이 노래를 부르는 모습을 담은 동영상을 올릴 만큼 노래를 잘 불렀다.

 ‘가수가 꿈’이라던 장 하사의 미니홈피 대문 글은 “기다려라,다시 돌아온다.”그러나 장 하사는 끝내 돌아오지 못했다.

 동생 진희양은 오빠의 미니홈피에 “오빠 생각 더 많이 난다,요즘따라..그래서 더 보고 싶어”라는 말을 남겼다.

 ◇배를 사랑한 강태민 일병

 인천에서 태어난 강 일병은 어릴 적부터 배를 좋아했다고 한다.

 홍익대 조선해양공학과 입학한 강 일병은 지난해 해군에 지원했다.

 동료는 강 일병에 대해 배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바탕으로 늘 솔선수범하던 모범적인 동료로 기억했다.

 특히 강 일병은 함정근무 6개월이 지나 육상부대로 전출할 수 있는데도 “가족적인 천안함이 좋다”며 함장에게 잔류요청을 해 배에 남았었다.

 온종일 애타는 심정으로 TV를 지켜보던 강 일병 아버지는 “그렇게 나오길 바랐는데..”라고 말을 잇지 못했다.

 ◇사고 보름 전 100일 휴가 정태준 이병

 정 이병은 사고 불과 보름 전 100일 휴가를 나왔던 것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정 이병의 큰어머니는 “태준이가 어려운 가정형편에도 등록금도 스스로 벌 정도로 책임감이 강했다”면서 “100일 휴가 나와서 그동안 모은 월급을 제 부모에게 꼭 쥐여주고 갔다”고 착잡해했다.

 동의과학대 전기과를 다니다 군에서 기술을 배워 제대 후 자격증을 취득하겠다며 해군에 지원했다는 정 이병.

 정 이병 부모는 “엄마,아빠! 제대하면 호강시켜 드릴게요”라며 밝게 웃던 아들의 모습이 아직도 선하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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