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함대 강풍ㆍ빗줄기 속 조문 이어져

2함대 강풍ㆍ빗줄기 속 조문 이어져

입력 2010-04-27 00:00
수정 2010-04-27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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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대표해 온 故 한 준위 아들 “저희가 가장 슬픔을 잘안다”…메모판 ‘애끓는 사연’ 넘쳐

 천안함 故 ‘46勇士’의 합동분향소가 마련된 2함대사령부는 27일 하루종일 초속 12∼16m의 강풍과 함께 굵은 빗줄기 속에 잠겼다.

 합동분향소 앞에 조문객들을 위해 설치한 천막(간이식당 포함) 수십 채가 강풍에 파손됐다.

 하지만 비바람도 조국을 위해 젊음을 희생한 46용사의 넋을 달래기 위해 분향소를 찾는 60∼70대 노인부터 유치원생,정계나 종교계 인사에서 일반 시민에 이르기까지 각계각층의 조문행렬을 막지는 못했다.

 합동분향소가 마련된 2함대사령부 내 체육관 주변 도로는 단체 조문객들이 타고 온 버스 20여대로 붐볐다.

 이날 오전 6시부터 시작된 조문객은 이날 오후 4시 현재 2천여명을 훨씬 넘어섰고,지난 25일부터 총 1만3천명이 다녀갔다.

 ◇남녀노소 조문행렬…“편히 잠드소서”

 해군 유치원생 80여명이 이날 쌀쌀한 날씨에도 합동분향소를 찾았다.

 6∼7살의 유치원생들은 영정 앞에서 두 손을 모아 눈을 감은 채 애도를 표했다.46용사의 영정 밑에는 故임재엽 중사 등 고인들의 학위수여장이 눈에 띄기도 했다.

 대한노인회 평택시지회에서 온 70대 할머니는 “자식잃은 엄마 심정이야 오죽하겠느냐.나라에서 희생장병들에게 충분한 보상이라도 해줘야 한다”라고 말했다.

 군인,공무원,대한노인회 등 단체 조문객들은 5∼10분씩을 기다려 분향을 한 뒤,유족들을 위로했다.

 46용사의 구조활동을 펼치다 순직한 故 한주호 준위의 아들 상기씨도 이날 오후 3시 40분께 유족들을 찾아 슬픔을 함께했다.

 상기씨는 “저희가 가장 슬픔을 잘안다”고 밝힌 뒤 “(유족들에게)위로가 될까해서 제 가족을 대신해서 이렇게 왔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단체 조문객 속에서도 홀로 분향소를 찾은 듯한 20대의 젊은이들은 영정 앞에서 눈물을 훔치며 슬퍼했다.

 천병철 국가인권위원회 윈위원장 일행 11명은 “이런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말아야 한다”며 “고인들의 희생이 국가 안보에 큰 초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 이광선 목사 등 50여명도 “우리나라 안보를 위해 눈물을 흘리며 열심히 심기도하겠다”고 다짐했다.

 ◇“행님아,내 잘하는지…지켜봐줘”

 합동분향소 내 가족대기소 뒤에 설치된 가로 3m×세로 2m 크기의 메모판은 형제와 친구를 잃은 애끓는 사연들로 점차 메워져가고 있다.

 분향에 이어 유족들을 찾은 조문객들은 말로 못다한 사연을 구구절절이 메모판에 글로 남겼다.

 “행님아,나 오늘 유명한 사람 진짜 많이 봤다.부러워 죽겠네”라고 서두를 꺼낸 故 박성균 중사 동생 태균씨는 “근데 나는 형아가 내 옆에 있는게 더 좋다.알고 있나.형아 제발 좋은 곳에 가서 내 잘하는지 지켜봐줘”라며 글을 맺어 보는 이들을 안타깝게 했다.

 故서대호 중사의 동기생인 민성씨는 “대호야,같은 밥 먹고,같은 방 쓰고,6개월을 같이 생활했는데,동기로서 지켜주질 못해 미안하다”며 “편한데서 쉬고 있거라.내년 초 287기생 남은 15명이 네 몫가지 열심히 바다에서 뛸테니까”라며 동료를 잃은 애틋함을 달랬다.

 또 다른 순직장병의 동생은 “큰형 좋은 곳에 가서 편히 쉬어.내가 형이 못한 것까지 부모님께 효도할께.잘가”란 마지막 인사문구를 남겼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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