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자단말기로 음악작업… 새 앨범 예감 좋아”

“점자단말기로 음악작업… 새 앨범 예감 좋아”

입력 2010-09-17 00:00
수정 2010-09-17 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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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달 음반 내는 시각장애인 가수 이용복 씨

“점자 단말기로 만든 새 앨범 예감이 좋습니다.”

시각장애인(1급) 가수 이용복(58)씨는 다음달 새 음반 발표를 앞두고 요즘 콧노래가 절로 나온다. 점자정보 단말기 덕분에 믿을 수 없을 만큼 작업이 수월해졌기 때문이다. 시각장애인용 노트북인 이 기기는 행정안전부가 장애인들을 대상으로 벌이는 정보통신 보조기기다. 이씨도 지원 대상으로 선정돼 지난주 처음 손에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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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이용복 씨
가수 이용복 씨
●“단말기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든 작업”

그는 2003년부터 매년 신청했지만 번번이 탈락했다. 이씨는 “보통 몇백만원씩 하는 정보통신 보조기기를 산다는 것은 사실 무리였다.”면서 “운 좋게 이 기기를 갖추면서 제 음악활동에 큰 전환점을 맞고 있다.”고 자랑했다.

그는 작사·작곡부터 녹음까지 경기 양평 자택의 작업실에서 혼자 해오고 있다. 악보와 가사, 30가지가 넘는 악기 편성을 점자 타자기로 일일이 기록하고 복잡한 전자악기 매뉴얼도 점자문서로 변환해 보관하는 일은 고통이 이만저만 아니다. 여기에 각종 기관에서 요청하는 강사 원고 작업까지 감안하면 점자 문서만 해도 큰 방을 가득 채울 만큼 쌓인다.

하지만 점자로 정보를 읽고 쓰도록 해주는 점자정보 단말기를 이용한 지 1주일 만에 생활은 180도 달라졌다. “공연이나 외부 강의 때마다 점자문서를 들고 다닐 때는 점자가 눌려서 지워지기도 하고 보관에도 어려움이 컸다.”면서 “이제 단말기만 휴대하면 언제 어디서든 음악작업을 할 수 있다.”고 즐거워했다.

최근까지 KBS 제3 라디오 DJ로 활동한 그는 “단말기가 진작에 지원됐다면 실시간으로 들어오는 청취자들 인터넷 사연도 소개할 수 있었을 텐데”라며 아쉬워하기도 했다. “인터넷 세상에선 보조기기만 있으면 장애인도 비장애인과 다를 바 없다.”고 덧붙였다.

이씨는 세 살과 여덟 살 때 연이은 사고로 시력을 잃었다. 하지만 1970년 데뷔 이후 빼어난 기타 솜씨와 독특한 음색으로 한국의 ‘레이 찰스’로 불리며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진달래 먹고 물장구치고’, ‘줄리아’, ‘달맞이꽃’ 같은 히트곡도 여럿. 이번 새 음반 타이틀곡은 ‘바람 부는 날’이다. 그는 “정보통신 보조기기 덕에 이번 음악 작업을 쉽게 했다.”며 미소를 지었다.

●행안부 2003년부터 장애인 보조기기 지원

행안부는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중증장애인들이 컴퓨터 등 기기를 이용할 수 있도록 2003년부터 정보통신 보조기기 보급사업을 펼쳐 왔다. 16개 지자체별로 신청받아 보조기기 가격 기준 80%를 정부가 지원한다. 지난해까지 스크린리더, 특수마우스, 영상전화기 등 보조기기와 특수 소프트웨어 총 2만 4514대를 보급했다. 올해는 50종 품목 4000여대를 보급한다.

지난해 사법시험에 합격한 시각장애인 최영씨, 올해 서울시 공무원에 채용된 이우승씨도 수혜자 중 한 명이다.

그는 “정보통신기기 지원을 기초수급자 등 소외계층에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떤 계층에게 더 긴요한지 정부가 판단하는 것도 중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또 “대개 비장애인들은 저처럼 활발하게 사회활동을 하는 장애인을 다른 장애인들과 분리해 특별취급하는데 모두 비장애인과 똑같이 잠재력을 갖춘 사람들”이라고 강조했다.

강중협 행안부 정보화전략실장은 “정보통신 보조기기 도움이 필요한 장애인이 36만명에 이르는 만큼 장애인 정보격차 해소를 위해 사업을 계속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오금란 서울시의원 “실질적 수요 반영한 장애인 보조기기 지원체계 개편 필요”

서울시의회 보건복지위원회 오금란 부위원장(더불어민주당, 노원2)은 지난 10일 서울시 복지실 행정사무감사에서 장애인의 일상생활을 실질적으로 돕는 보조기기 지원체계는 장애인의 욕구를 반영해 개선돼야 한다며, ‘휠체어를 탄 채로 탑승할 수 있는 장애인용 차량 제조 및 개조 지원’과 ‘휠체어 전용 백팩의 보조기기 편입’, ‘보완대체의사소통(ACC) 등을 제안했다. 1년에 2회, 새로운 보조기기를 등록할 수 있는 시스템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장애인들이 필요로 하는 보조기기를 등록하기는 매우 어렵고, 반영되는 예산도 매우 부족하여 시대를 반영하는 개선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으며, 특히, 장애유형별 요구가 받아들여지기 어려운 상황 또한 지적했다. 오 의원은 올해 9월 노원구에서 시행한 뇌병변장애인용 차량 개조 지원 사례를 소개하며 “휠체어에 타고 내리는 것조차도 스스로 할 수 없는 덩치 큰 뇌병변장애인을 보호자가 직접 안아서 들어올리지 않고 휠체어에 탄 상태로 탑승하는 차량으로 개조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야말로 장애인의 욕구를 반영한 보조기기의 한 사례”라고 설명했다. 이어 오 의원은 “차 한 대 개조에만 약 6000만원이 소요돼 사실상 SUV 신차 구입비용과 비슷
thumbnail - 오금란 서울시의원 “실질적 수요 반영한 장애인 보조기기 지원체계 개편 필요”

이재연기자 oscal@seoul.co.kr
2010-09-17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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