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평도 첫 조업…생업현장 본 어민 ‘망연자실’

연평도 첫 조업…생업현장 본 어민 ‘망연자실’

입력 2010-12-05 00:00
수정 2010-12-05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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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물 찢어지고 생선은 다 썩어

“모조리 다 썩었어 다…” 북한의 연평도 포 사격이 있은 지 13일 만인 5일 연평도에서 첫 조업을 나간 어민 박철훈(56)씨는 엉망이 된 생업 현장을 둘러보고 와서는 연신 한숨을 쉬었다.

 선주인 박씨는 이날 오전 8시 선장 서경원(32)씨와 선원 2명을 데리고 연평도 서쪽 4마일 지점에 나가 지난달 22∼23일 설치한 안강망 틀을 확인했다.

 총 15틀을 바다에 설치했는데 이날은 파도가 높아 간신히 4틀만 확인했다.

 이 가운데 1틀은 바다에 너무 오래 둔 탓에 바닷물과 그물에 걸린 생선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그만 찢어졌다.

 나머지 3틀을 들어 올려 그물에 가득 찬 물고기를 배 위에 쏟았더니 악취가 코를 찔렀다.

 그물에 든 우럭과 광어,잔 새우,꽃게 등이 한데 뒤섞여 모조리 썩어 있었다.

 그나마 쓸만한 것은 이날 아침 그물에 걸린 듯한 주꾸미 11마리와 꽃게 5∼6마리가 전부였다.

 박씨는 “광어가 완전히 썩어서 문들 문들 해졌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옆에 있던 서 선장이 “바닷고기는 1마리가 썩으면 그 주변 고기까지 다 죽는다.안강망은 최소 2∼3일에 한 번 털어줘야 하는데 그걸 못했으니‥”라며 거들었다.

 서 선장은 작년 이맘때 같으면 하루 평균 700만∼800만원,많으면 1천만원의 수익을 올렸다고 설명했다.11월 중순부터 12월 중순까지 2억원 상당을 벌었다.

 안강망은 비수기인 7월15∼8월15일까지가 금어기라 사실상 1년 내내 조업이 가능하다.

 서 선장은 “12년 바다 생활하면서 이렇게 썩은 고기를 버린 적이 없었다.성수기 때 바짝 벌어야 선주도 먹고살고 우리도 사는데‥”라며 속을 태웠다.

 어민들의 어업 피해 조사가 늦어지는 것도 어민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박씨는 “지금 우리 같은 어업은 북한 포격의 2차 피해라고 하는데 그 내용을 조사하는 사람이 없다”며 섭섭함을 토로했다.

 박씨는 “밖에 나간 다른 사람들이 일을 못하는 상황에 나만 조업하기도 그래서 이래저래 난감하다”며 “그래도 날씨만 좋으면 조업을 계속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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