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 태풍…축산업계 ‘붕괴’ 위기감

구제역 태풍…축산업계 ‘붕괴’ 위기감

입력 2010-12-22 00:00
수정 2010-12-22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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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북부지역에 역대 최대 규모의 구제역이 발생하면서 지역 축산업계의 ‘붕괴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경기북부는 10개 시.군 가운데 아직 구제역이 확산되지 않은 의정부.구리.동두천.남양주시 등 4개 시중 남양주를 제외하면 축산농가가 거의 없어 구제역에 사실상 초토화된 셈이기 때문이다.

 22일 경기도 제2청(경기도2청) 등에 따르면 경기북부지역에는 2000년대 들어 지금까지 3차례 구제역이 발생했다.

 지난 2000년 파주지역에서 발생한 구제역으로 발생농가(젖소 15마리)와 반경 500m 내 농가에 있는 우제류 106마리를 살처분했다.보상비용으로 보면 3억원 규모에 불과했다.

 2010년 1~2월 포천.연천에서 발생한 구제역으로 살처분한 우제류는 모두 5천956마리.정부가 생계안정자금,살처분 보상금 등으로 농가들에 지급한 금액은 298억원에 이른다.

 하지만 지난 15일부터 22일 현재까지 경기북부지역에서 발생한 구제역으로 살처분됐거나 살처분 예정인 우제류는 모두 7만7천여마리로,연초의 10배를 훌쩍 넘는 사상 최대 규모다.

 이 피해는 지금의 확산 추세라면 훨씬 더 늘어날 전망이다.

 이 때문에 정부 차원의 피해보상비용만 500억원 이상이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구제역이 한번 발병하면 살처분한 축산농가가 정상화하기까지 축종에 따라 최대 5년까지 걸리기 때문에,농가들의 실질적인 피해는 피해보상비용과는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이다.

 축산농들이 ‘축산업 붕괴’를 걱정하는 이유다.

 구제역 종식은 마지막 살처분이 끝난 날부터 3주가 지나고 나서 위험지역(발생농가 반경 3㎞) 내 우제류에 대한 임상.혈청검사 결과 이상이 없을 때야 선언된다.

 그리고 나서 한달이 지나야 재입식 절차에 들어갈 수 있는데,입식을 위한 시험사육(60일) 결과 구제역 바이러스가 검출되지 않아야 비로소 농가들이 가축을 다시 사육할 수 있다.

 지난 1월7일 구제역이 최초 발병한 포천지역 살처분 농가들은 7월 중순이 돼서야 축산업을 재개했다.

 재입식 이후에도 갈길은 멀다.

 한우농가의 경우 송아지를 새로 들여와 수매 가능한 수준까지 키우려면 2~3년이 걸린다.암소를 키워 번식하려는 농가는,암송아지가 성우가 돼도 곧바로 출하하지 못하기 때문에 이 암소가 다시 새끼를 낳아 출하하기까지 5년이 소요된다.

 돼지농가는 소보다 기간이 짧지만 그래도 만 1년이 지나야 출하할 수 있다.

 정부가 살처분 후 평균 시가 수준으로 보상금을 준다고 해도 농가들이 살처분을 거부하거나 반발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살처분 보상금으로 급한대로 사료값 등 빚을 갚고 나면 손에 남는 돈은 얼마 없어 살처분 이전 규모로 농가를 꾸리기 힘든 데다 또다시 수익이 발생하기까지는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이다.

 황인식 파주시 한우협회장은 “정부가 시가로 보상해주는 게 농가에 사실 큰 보탬이 되지 않는다”며 “고품종 소나 저품종 소 모두 평균치의 보상금을 주기 때문에 그동안 특별히 공을 들인 농가들은 낙담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특히 올해초 한차례 구제역 파동을 겪으면서 지역 축산농가가 휘청했던 포천은 이번에 또다시 구제역이 발생하면서 절망감이 엄습하고 있다.

 포천시 한우협회 안채용 회장은 “살엄음판을 걷는 심정”이라며 “연초 구제역으로 자금 문제 때문에 축산업을 그만 둔 사람들이 꽤 되는데,구제역이 또 나와 지역 축산업을 망치지나 않을지 걱정이 태산”이라고 말했다.

 조요환 포천시 한우협회 사무국장은 “재입식은 목돈이 들어가는 일이라,살처분 후에는 그동안 하던 것보다는 상당히 적은 규모로 할 수 밖에 없다”며 “정신적인 쇼크도 무시하기 어려워 사실상 완전 정상화는 힘들다고 봐야 한다”고 한숨지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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