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 투명인간’과 싸우는 것 같았다

‘구제역 투명인간’과 싸우는 것 같았다

입력 2011-01-06 00:00
수정 2011-01-06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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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치 ‘투명인간’과 싸우는 것 같습니다.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방역 밖에 없었는데..”

 충북 음성군 삼성면의 한 농가에서 기르던 소가 6일 오전 구제역 판정을 받자 이 지역 농민들은 물론 방역 작업에 몰두했던 면사무소 직원들이 허탈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삼성면은 2003년 12월 중순 도내에서는 처음으로 고병원성 조류독감(현재 조류인플루엔자)이 발생하는 바람에 농민들이 애지중지 키워온 수십만 마리의 닭과 오리를 매몰처분했던 아픔을 갖고 있는 곳이다.

 이에 따라 면사무소 직원 14명은 음성군과 인접한 경기도에서 돼지와 소에게 ‘저승사자’와 같은 구제역이 그림자도,소리도 없이 조금씩 삼성면 쪽으로 남하(?)할 때마다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구제역 바이러스와 사활을 건 싸움을 진행해왔다.

 경북 안동에서 처음 구제역이 발생한 직후인 지난해 12월 초부터 농협과 축협 등의 지원을 받아 광역 살포기로 면내 구석구석을 돌며 방역활동을 벌이는 등 구제역 차단을 위해 면사무소에서 할 수 있는 사실상 모든 방법을 동원해 소독 작업을 벌여 왔다.

 2006년 공직에 발을 들여 놨다는 삼성면사무소 직원 남모(30)씨는 “2003년 겨울 조류독감이 발생해 큰 손해를 입었다는 말을 익히 들어온 터라 구제역 방역에 온 힘을 쏟았지만 이런 결과가 나와 허탈하다”며 “마치 ‘투명인간’과 싸우는 것 같았다”고 안타까워했다.

 행여나 자신이 구제역 바이러스를 옮기는 매개체가 되지 않을까 걱정하며 외출을 자제하고 모임도 취소했던 마을 주민들도 허탈감을 감추지 못했다.

 5일 저녁 자식처럼 돌보던 소가 구제역에 걸린 것으로 의심되는 바람에 10마리가 도살처분 당하는 아픔을 겪은 김모(54)씨는 이날 “구제역에 걸릴 것이라고는 생각하지도 못했다.한마디로 날벼락을 맞은 기분”이라며 방역 당국의 허술한 대응에 불만을 쏟아냈다.

 “외국여행 경험도 없고 구제역 발생지 근처에는 얼씬도 하지 않았다”는 김씨는 “농장이 외딴곳에 있고 농장으로 통하는 길도 하나뿐인 데다 차도 사람도 다니지 않았다.뭐가 어떻게 된 것인지 모르겠다.더 이야기하고 싶지도 않다”며 수화기를 내려놨다.

 한편,음성군은 이날 구제역 확진 판정을 받은 삼성면 한우 농가 일대와 금왕읍 돼지 농가 일대에 가축 이동제한 명령을 내리는 한편 중장비 등을 동원해 매몰처분 작업에 들어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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