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행정기관 첫 채용된 결혼이민자 정수림씨
중앙행정기관에 채용된 국내 첫 결혼이민자. 몽골 출신의 결혼이민자 정수림(자담바 르크하마수렌·36)씨에게 따라붙는 수식어다.
정부행정기관 첫 채용된 결혼이민자 정수림씨
다문화 정책 총괄부서인 여성가족부는 지난달 결혼이주 여성을 대상으로 다문화가족 지원 업무 보조원 1명을 공모했다. 당시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한 2년 이상 한국 거주자, 한국어 능력시험 4급 이상 등의 모집요건을 갖춘 결혼이민 여성 12명이 응시했다.
서류전형과 면접 경쟁을 뚫고 중앙부처에 상근하는 첫 주인공이 된 정씨는 “위기 가정으로 내몰린 다문화가족을 돌봐주고 싶었는데, 그 목표에 한발 더 가까이 가게 돼 기쁘고 설렌다.”고 밝혔다.
몽골 출신인 그가 한국인과 결혼해 귀화한 것은 2000년. 대학(울란바토르 칸울대)에서 경영학을 전공했지만, 낯선 한국 땅에서 할 수 있는 것이라곤 아무것도 없었다. 한국어를 원활히 구사해야 뭐든 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독학으로 한국어능력시험(TOPIK)에 매달렸다. 결국 2008년에는 6급 자격증까지 따냈다. 다문화가족 관련 업무를 시작한 것은 2009년 3월 남양주시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통·번역 일을 맡으면서였다.
정씨는 “특히 지방 거주 결혼 이민자들이 정책지원 혜택 등 여러 면에서 상대적으로 열악한 환경에 놓여 있다는 사실이 늘 안타까웠다.”면서 “더도 덜도 말고 한국 사람처럼 대접받고 사는 게 꿈인 결혼 이민자들의 편에서 그들의 목소리를 전달하는 데 보탬이 되고 싶다.”며 웃었다.
18일부터 여가부 다문화가족과에 정식 출근하는 그는 다문화가족 정보제공 사업과 관련한 번역, 외국인 커뮤니티 의견 수렴과 동향 파악 등의 업무를 맡는다. 당장은 정식 공무원이 아닌 기간제 근로자 신분이다. 그러나 여가부는 올 연말까지 업무능력을 평가해 공무원 신분 전환 등을 결정할 방침이다.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2011-04-18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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