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주변인ㆍ지역사회 게이트 키핑 절실”
최근 충남에서 가장이 두 자녀를 살해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하고 원정 집단자살 기도까지 잇따르면서 지역 분위기가 뒤숭숭하다.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체계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26일 경찰에 따르면 이달 들어서만 충남에서 10여명이 자살을 했거나 자살을 기도했다.
이날 오전 4시39분께 충남 홍성의 한 모텔에서 김모(30ㆍ여ㆍ경기도 용인시), 유모(48ㆍ경기도 남양주시), 김모(31ㆍ서울 강동구)씨 등 남녀 3명이 쓰러져 있는 것을 경찰이 발견했다.
객실 안에는 연탄불이 피워져 있고 ‘인터넷 카페서 만난 사람과 죽으려 한다’는 내용의 유서가 발견됐다.
앞서 지난 22일 오전 10시16분께는 아산시 곡교천 인근에 세워진 승용차 안에서 김모(29ㆍ인천), 최모(25ㆍ경기도 평택시), 김모(23ㆍ아산)씨 등 3명이 의식을 잃은 채 발견됐다. 차안에서 타다 남은 번개탄과 ‘공무원 시험공부가 너무 힘들다. 가족에게 미안하다’는 내용의 유서가 함께 나왔다.
자살사이트에서 만난 것으로 추정되는 이 같은 원정 집단자살 시도에 더해 23일 당진에서는 평소 돈 문제와 가정사로 괴로워하던 박모(42)씨가 자신의 딸(12)과 아들(11)을 목 졸라 살해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하기도 했다.
불과 며칠 사이에 자살기도가 잇따르면서 이른바 ‘자살 바이러스’가 충남에서 다시 확산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2009년 충남의 자살 사망자가 928명(하루 평균 2.54명, 인구 10만명당 45.8명)으로 전국에서 가장 많았는데 이 같은 상황이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자살 충동이나 위기를 체계적으로 상담ㆍ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하고 있다.
한국자살예방협회 이수정 상임팀장은 주변의 관심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팀장은 “누군가에게 자살 징후가 있다면 가족, 친구, 교사 등 주변인들이 가장 빨리 알아차리게 마련”이라며 “이때 주변인들이 꾸준히 관찰하고 애정을 표시하는 등의 ‘게이트 키핑’ 조치가 자살을 예방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한국자살예방협회는 조만간 우리나라 상황에 맞는 ‘자살예방 표준형 매뉴얼’을 개발, 보급할 계획이다.
충남광역정신보건센터 이영렬 센터장은 자살을 개인 문제로 치부해서는 안 되고 지역사회 차원의 적극적인 예방책도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 센터장은 “충남도의 사회 안전망 구축과 정신건강 문제 해결은 정책적으로 풀어야 할 부분이 있다”며 “앞으로 센터에서도 관리시스템 구축 등 적극적인 운영을 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충남도는 ‘자살률 전국 1위’라는 불명예를 씻기 위해 ‘자살예방 조례’를 제정하고 민ㆍ관이 참여하는 자살예방대책위원회를 구성할 계획이다.
종합대책의 목표는 도내 자살률을 2009년 말 현재 인구 10만명당 45.8명에서 2014년 31명(2009년 전국평균)으로 낮추는 것이다.
조소연 충남도 복지보건국장은 “자치단체의 적극적인 의지가 있으면 자살률을 충분히 낮출 수 있을 것”이라며 “정책의 지속성이 중요한 만큼 제도와 시스템 정비에 힘을 쏟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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