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택시업체-기사 ‘노예계약’ 논란

대전 택시업체-기사 ‘노예계약’ 논란

입력 2011-10-14 00:00
수정 2011-10-14 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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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서 불이행=사직서’ 업계 관행..단속은 느슨

“각서를 이행하지 않으면 사직서로 갈음한다니 이런 게 ‘노비문서’가 아닙니까”

14일 대전 A택시회사의 택시기사인 함모(54)씨 지난 7월 근로계약을 체결하면서 서명한 ‘서약서’의 내용을 최근에서야 확인하고서 깜짝 놀랐다.

열네 개 항목으로 이뤄진 이 서약서는 첫 항부터 회사의 제규정을 준수함은 물론 회사의 제반 지시사항에 복종하도록 규정했다. 3항에는 ‘업무와 관련한 회사 명령에 대해서는 절대 불평함이 없이 충실해야한다’고도 적시했다.

특히 ‘운송수입금 관리 및 각서의 이행이 되지 않았을 경우 사직서로 갈음한다’며 이중의 서명까지 받아 고용주 중심으로 편중된 ‘노예계약’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또 ‘서약 사항을 어겨 회사에 장애ㆍ손해를 끼치면 어떠한 처벌도 감수하겠다’는 서약까지 받았다.

함씨는 “근로계약 당시 여러 장의 서류에 서명했는 데 무슨 내용이었는 지도 몰랐다”며 “평소에는 문제가 안되지만 일이 생기면 서약서가 근거가 된다”고 말했다.

실제 함씨는 최근 대전의 B택시회사가 특정 가스충전소를 이용하는 대가로 매월 수백만원의 ‘리베이트’를 받고있다는 의혹을 제기하자, ‘지속적인 근로관계를 유지하기 곤란하다’며 A택시회사로부터 해고통지서를 받았다.

이런 사정인데도 노동청 등 관련 기관에서는 서약서 내용만으로는 처벌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대전노동고용청 한 근로감독관은 “서약서의 금지 내용이 포괄적으로 규정됐고 일부는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할 소지도 있다”며 “그러나 실제 서약서를 기준으로 부당노동행위가 발생해야 처벌 여부를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한 근로감독관은 “근로계약서 외에 이런 서약서가 있다는 사실을 처음 접한다”며 “당사자간의 약속이지만 서약서 문구 등을 고치도록 지도감독은 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택시기사 함씨는 “이 서약서는 A회사만이 아니라 지역 택시업계 전반의 문제지만 누구도 관심을 갖지 않는다”며 “하루벌이로 살아야하는 택시기사들은 어디에 억울함을 호소하기도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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