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례 지내고 귀경·관광길 나서…고속도 지·정체 심화
“언제 또 보냐? 송편은 가다가 먹고 김치는 바로 냉장고에 넣어라. 운전 조심하고…”보자기에 바리바리 싼 짐꾸러미들을 차 트렁크에 제각각 싣는 삼 남매의 뒤통수를 향해 못내 아쉬워 당부의 말을 건네는 김정숙(71·여·전북 김제시)씨.
오랜 기다림도 부질없이 그는 그렇게 삼 남매를 보냈고, 자식들도 짧은 연휴를 핑계 삼아 고향의 정을 한 아름씩 안고 삶의 현장으로 다시 돌아갔다.
추석인 30일 오전 대관령에서는 올가을 들어 첫 서리가 내려 다소 쌀쌀하기도 했지만, 오후 들어 전국 대부분은 쾌청한 날씨여서 성묘하기에 적당했다.
인천 가족공원(옛 부평공원묘지)에는 이날 오후 3시 현재 7만여명이, 국립대전현충원에도 3만여명의 성묘객이 찾아 손수 준비해온 음식을 차려놓고 조상의 음덕을 기렸다.
경기도 파주시 임진각에서는 망향제에 참석한 실향민과 북한이탈주민들이 망배단에 마련한 제단에 절을 하고 임진강 철조망 근처에서 준비한 음식을 나눠 먹었다.
평안남도 용강군이 고향인 김병조(76)씨는 북녘을 향해 절을 올리며 눈시울을 붉혔다.
김씨는 한국전쟁 직후인 1953년8월 비무장지대를 넘어 귀순한 인민군으로 부모·형제를 남겨두고 홀로 월남했다.
그는 “실향민이 아니라 북한 이탈주민으로 분류돼 북측에 이산가족 상봉 신청도 하지 못한다”며 “좋은 날에 더 절실하게 가족이 생각난다”며 눈물을 훔쳤다.
한편, 올해도 여전히 색색의 한복을 차려입은 가족단위의 성묘행렬이 산과 들을 수놓았다.
오랜만에 만난 친지·친구들은 헤어지기 아쉬운 듯 성묘를 마친 뒤 유원지나 영화관으로 나들이했다.
제주도에는 전날에만 3만3천여명의 귀성객과 관광객이 몰렸다.
이들은 아침 일찍 차례와 성묘를 끝내고 화산체인 오름을 오르고 올레 길을 걸으며 관광을 즐겼다.
제주도 관광협회는 추석과 개천절 사이에 낀 징검다리 연휴 기간에 작년보다 10% 늘어난 19만명이 제주를 찾을 것으로 예상했다.
여기에 국경절 연휴가 겹친 중국의 관광객 4만명도 가세할 전망이다.
젊은 세대는 유원지나 놀이공원으로 향했다.
과천 서울랜드에는 평소보다 2배가량 많은 1만여명이, 용인 에버랜드에 2만5천여명이, 대전 오월드에 3천여명이 몰리면서 놀이시설 앞에는 꼬불꼬불한 줄이 길게 늘어져 진풍경을 연출했다.
충남 부여군 구드레공원, 공주시 금강둔치공원, 논산 계백장군 유적지 일대에서 열리는 ‘백제문화제’에도 전국에서 몰린 나들이객이 매사냥 시연, 백제역사문화행렬 등을 관람하며 가을의 정취를 즐겼다.
송편을 빚고 전을 부치며 차례상을 마련하느라 고된 추석을 맞은 며느리들은 차례가 끝나자 동네 사우나에서 피로를 풀기도 했고 어르신들은 단풍을 기다리는 산이나 공원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일부 기업체가 최대 9일간의 추석연휴를 보내고 있지만 울산석유화학공단의 대다수 기업은 연휴 없이 근무하고 있다.
석유화학 제품을 만드는 장치산업의 특성상 공장 가동을 멈출 수 없어 추석 당일에도 SK에너지 울산공장, 에쓰오일 온산공장, 삼성석유화학 등 60여개 업체의 생산직 근로자들은 평소처럼 교대로 일하고 있다.
오후 들면서 본격적인 귀경이 시작됐다. 일부 고속도로와 국도 등에서는 지·정체가 빚어졌다.
서해안고속도로 서울 방향 당진∼서평택 나들목 37㎞ 구간, 경부고속도로 천안∼안성분기점 21㎞ 구간 등에서는 가다 서기를 반복하는 등 답답한 차량 흐름을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