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난화 가속…세기말 서울 ‘1년의 절반이 여름’

온난화 가속…세기말 서울 ‘1년의 절반이 여름’

입력 2013-03-31 00:00
수정 2013-03-31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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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일수 122일→175일, 열대야 8일→82일

지구를 덥히는 온실가스를 현재 추세대로 계속 배출하면 이번 세기 말 서울 사람들은 반년에 가까운 긴 여름을 보낼 전망이다.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는 데 성공하더라도 온난화 추세를 완전히 되돌리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 한반도 온난화 속도 20세기의 세 배 = 31일 기상청의 ‘기후변화 전망보고서’를 보면 기후변화 시나리오 가운데 특별한 온실가스 저감정책이 없는 경우(RCP 8.5)를 가정해 예측한 결과 2091∼2100년 서울의 여름 일수는 연 평균 174.9일로 나타났다.

이는 현재(2001∼2010년 평균) 121.8일에 비해 2개월 가까이 길다. 여름은 최고기온이 25도 이상인 날을 말한다.

자치구별로는 동대문구의 여름이 180.6일로 가장 길 것으로 예측됐다. 그나마 여름이 가장 짧을 것으로 예상되는 관악구(168.1일)도 지금보다 59일 늘어난다.

폭염과 열대야도 대폭 늘어난다.

폭염 일수는 현재 11.1일에서 83.4일로, 열대야 일수는 8.2일에서 81.9일로 크게 늘 것으로 분석됐다.

폭염이 가장 기승을 부릴 곳은 동대문구로 최고기온이 33도를 넘는 날이 한 해 평균 92.9일이나 될 것으로 예측됐다. 열대야는 영등포구(93.2일)에서 가장 잦을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여름철 빈번한 극한기상이 예상되는 이유는 온실가스가 늘어남에 따라 기온 상승 속도가 매우 빨라지기 때문이다.

세기 말 서울의 평균 기온은 현재 13.0도보다 5.5도 높은 18.5도로 예상된다.

이런 온난화 속도는 지난 100년간 전세계 평균기온이 0.75도, 한반도는 1.8도 오른 데 비하면 3∼7배 빠른 것이다.

기상청은 현재 남해안 일부 지역에 해당하는 아열대 기후구가 세기 말에는 강원도와 경기 서북부를 제외한 남한 대부분 지역, 황해도 서부까지 북상할 것으로 내다봤다.

평양의 연 평균기온이 현재의 서귀포와 비슷해질 정도다.

◇ 당장 온실가스 감축해도 기온은 계속 상승 = 온실가스를 줄이면 이렇게 극단적인 상황은 피하겠지만 온난화는 계속될 전망이다.

온실가스 감축 정책에 따라 2040∼2050년께 배출량이 감소세로 돌아서는 경우(RCP 4.5)를 가정하면 이번 세기 말 서울의 평균 여름 일수는 147.8일로 현재보다 한 달 가까이 늘어난다.

이 시나리오에서도 역시 동대문구의 여름 일수가 155.6일로 가장 길고 관악구가 138.4일로 가장 짧았다.

폭염 일수는 33.4일, 열대야 일수는 42.3일로 현재보다 각각 3배, 5배가량 증가한다.

서울의 예상 평균기온은 15.3도로 현재보다 2.3도 높다.

이 시나리오대로면 이번 세기 중반 이후 기온 상승세가 둔화하지만 꺾이지는 않는다.

배출량을 감축하더라도 대기 중의 온실가스는 계속 늘어나기 때문이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는 온실가스를 현재 추세대로 배출할 경우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2011년 392ppm에서 2100년 940ppm으로 크게 뛸 것으로 보고 있다.

배출량이 어느 정도 감소하는 상황을 가정한 ‘RCP 4.5’ 시나리오에서도 세기 말 이산화탄소 농도는 540ppm에 달한다.

IPCC는 지구적 재앙을 막으려면 산업화 이전과 비교한 기온 상승 폭을 이번 세기 말까지 2도 이내로 제한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이를 위해서는 이산화탄소 농도를 350∼450ppm 정도로 묶어야 하는 것으로 학계는 보고 있다.

그러나 현재도 지구의 이산화탄소 농도는 해마다 약 2ppm씩 오르는 상태다.

기상청 기후예측과 이은정 연구관은 “온실가스가 한번 배출되면 길게는 200년까지 남아있어 지금 감축하더라도 효과는 한참 뒤에야 나타난다”며 “지구 온도를 낮추기는 어렵기 때문에 기후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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